‘워낭소리’ 흥행성공 뒤엔 자식들의 가슴앓이
상태바
‘워낭소리’ 흥행성공 뒤엔 자식들의 가슴앓이
  • 하효진
  • 승인 2009.03.13 18: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넷 악플에 상처 받고, 주변사람들까지 외면

‘관객 250만명 돌파’란 대박을 터트린 독립영화 ‘워낭소리’의 주인공 최원균 할아버지의 자녀들이 “몹쓸 자식”이라는 오해를 받아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고 동아일보가 보도했다. 신문은 장남 최영두씨의 불편한 심경을 다음과 같이 게재했다. <최영두라는 이름을 아는 독자는 거의 없을 듯 싶다. 올해 나이 55세에 경북 봉화군 봉화읍 경북인터넷고 미술교사라고 얘기해도 마찬가지. 영화 ‘워낭소리’ 주인공 최원균 할아버지(81)의 장남이라고 설명해야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까. 할아버지의 자녀들에 대해서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 악플은 이렇다. 부모는 버려두고 자기들끼리만 호의호식한다, 부모는 먹을거리 잔뜩 보내는데 자식들은 찾아오지도 않네…. 사실인지 궁금해서 영두 씨에게 전화하니 직접 보자고 했다. 10일 학교 교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자신을 포함해 형제들이 마음고생을 한다고 입을 열었다. “우리 9남매가 소문난 효자는 못 돼도 부모님을 소홀히 모신 적은 없다고 생각한다. 제발 영화에서 본 것만 가지고 판단하지 말아 달라. 형제들이 매일 안부 전화 드리고 한 달에 한 번씩은 찾아뵌다”면서 말을 이어갔다.>
신문의 또 영두씨의 동생들이 겪는 마음고생을 소개한다.
“동생이 식당을 하는데 얼마 전 단골손님이 찾아와 ‘영화에서 보니 당신 불효자더군’이라고 말했다. 이 손님은 ‘불효자가 ××하네’라는 메모를 남기고 주변 사람에게는 그 식당을 이용하지 말자고 얘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특용 채소를 호텔에 납품하는 다른 동생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거래처에 가면 내가 (영화에 나온 할아버지) 아들이라고 말해왔는데 요즘 경쟁업체 관계자들이 쑥덕거린다. 영화가 뜨니까 상품 질이 떨어지는 거 아니냐고”라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영두 씨는 평소 부모님께 효도하라는 말을 자주 했는데 이제 학생들 앞에 서는 것이 망설여질 정도라며 한숨을 지었다. 또 손자 손녀들은 자기 부모를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했는데 악플을 볼 때마다 속상하다고 했다.

영화를 제작할 때는 자녀가 등장하는 장면도 많이 찍었다. 할아버지와 소에게 초점을 맞추다 보니 편집과정에서 대부분 삭제됐다. 추석에 모여 “아버지 힘든데 늙은 소 팔아버려요”라고 말하는 부분만 남았다. 할아버지가 다리를 질질 끌면서 농사를 지어 거둔 쌀을 자녀에게 보낼 때는 ‘서울 방배2동’이라는 주소가 살짝 나온다.
영두 씨는 “무너진 축사도 나와 동생들이 다 고쳤다. 이런 장면이 다 삭제됐다”고 설명할 때 목소리를 높였다. (이충렬 감독은 지난달 27일 백상예술대상 신인감독상을 받은 뒤 “본의 아니게 할아버지 자제들을 불효자로 만들어 죄송하다”고 시상대에서 말했다.)

영두 씨는 “부모님이 도시에 사는 자식 집에 들러도 하루를 안 계신다. 워낙 농촌생활에 익숙하신 분들이다. 영화에서 나오지만 일 자체가 생활인 아버지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고 전했다. 또 영두씨가 “부모님이 궁핍한 생활을 하시는 것처럼 묘사돼서 속상하다. 넉넉히는 못 드려도 매달 생활비를 드린다” 고 얘기했다고 소개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