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5일 보건복지콜센터 일일 전화상담원으로 변신해 국민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이날 상담은 경기도 안양시 소재 129센터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 현장점검회의 주재, 전화상담원들과의 간담회 직후 이뤄졌다.
첫번째 전화상담은 최근 이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낸 김은서양(가명. 초등 3학년)과의 통화였다. 김양은 지난달 중순께 어려운 집안 사정을 호소하는 편지를 이 대통령 앞으로 보냈다.
김양은 "이 나라의 기둥이 되고 웃음과 꿈을 주는 여자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담은 편지를 통해 아버지의 사업 실패, 부모의 이혼, 어머니가 일 하던 식당의 폐업, 그리고 2월까지 방을 빼고 거리로 나가야 하는 사정을 소상히 설명했다.
"엄마가 직장 문제와 집 문제로 매일 울고 있으니 엄마를 도와달라"는 요지였다. 현재 김양의 어머니인 김모씨는 집 근처 교회에서 운전 일을 하며 딸을 부양하고 있다고 한다.
김양의 절절한 사연을 접한 이 대통령은 상담 직전 비상경제대책 현장점검회의에서 김양의 일화를 '신(新) 빈곤층 사각지대'의 단적인 예로 꼽았다. 형편이 어려워 거리로 나앉게 됐는데도 기초수급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김양과의 통화에서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게 된 배경을 물은 뒤 가정 형편에 구애 받지 말고 씩씩하게 자라 달라고 당부했다.
김 양은 "어떻게 내게 편지 쓸 생각을 했느냐"는 대통령의 질문에 "어머니가 많이 울면서 기도하길래 슬퍼 보여서 그렇게 했다"며 "나도 대통령이 되는게 꿈이라 (이 대통령이) 존경스러워서 (편지를 쓰면) 들어줄 것 같았다"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방학이니 집에 있겠다. 편지를 잘 읽어서 은서 양이 걱정하고 있는 것에 대해 도움을 주려고 전화했다. 어머니를 바꿔달라"고 말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김양의 어머니 김모씨에게 "똑똑한 딸을 뒀다. 편지를 보냈는지 몰랐나 보다. 어머니를 위해 썼다더라. 내가 어머니의 사정을 관할 구청에 전했는데 연락이 왔나. 연령대에 맞는 일자리도 찾아보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봐 주겠다. 우리가 도움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자리를 얻어서 자립하는게 좋을 것 같다"며 "딸이 똑똑하니까 잘 교육시켜서 키우면 될 것이다. 어렵지만 항상 희망을 갖고 살면 아이가 잘 자랄 것"이라고 격려했다.
수화기는 다시 은서 양에게 넘어갔다. 이 대통령은 "어머니를 위해 편지 쓴 그 마음을 높이 평가한다. 어머니에게 걱정 끼치지 말고 위로해 드려라. 학교 가서 학생들과 잘 지내라"고 당부했다.
두번째 상담은 운영하던 식당 문을 닫은 뒤 택시 운전기사가 된 남성 A씨와의 통화였다. 이 대통령은 "오늘 월급날인데 회사에서 32만원을 수령했다"며 한숨 짓는 A씨에게 "수입이 나오는 자리에 갈 수 있도록 마련해 보겠다"며 "거주지 중심으로 일할 수 있도록 찾아보자"고 격려했다.
【제휴사=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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