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의 후예 붉은 전사들 그리스 신화를 침몰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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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후예 붉은 전사들 그리스 신화를 침몰시키다
  • 정리 김기환 기자
  • 승인 2010.06.1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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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그리스 2-0 잡고 B조 선두…"최상의 전력 빚어낸 쾌승, 1년 준비 헛되지 않았다 "
12일 남아프리카 월드컵 본선리그 B조 한국:그리스 경기에서 후반 7분 박지성 선수가 추가골을 성공시키고 세레모니를 펼치고 있다.

12일 남아프리카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 본선리그 B조 한국:그리스 경기에서 2:0의 통쾌한 승리를 거둔 한국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의 한국대표팀 첫 경기 폴란드전이 생생하게 재현되었다. 한국 대표팀이 그리스를 가뿐하게 2:0으로 격파하고 2010 남아공월드컵 첫 승리를 신고하며 16강 무대를 향한 발걸음과 함께 조1위를 마크했다.

한국은 12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남아공 포트 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이정수, 박지성의 연속골에 힘입어 그리스에 2-0 승리를 거뒀다.

이번 그리스와의 첫 경기는 2002월드컵에 이은 한국 축구의 돌풍을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예고한 신호탄이었다. 수비수 이정수는 역대 월드컵 최단시간 선제골로 한국의 원정 16강 진출에 청신호를 켰다. 캡틴 박지성은 아시아선수로는 처음 월드컵 3개 대회 연속골로 숨막히는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매직 용병술’을 발휘한 허정무 감독은 한국인 지도자로는 처음 월드컵 본선 첫 승을 신고했다. 유로2004 챔피언 그리스의 돌풍신화는 유쾌한 도전을 앞세운 한국의 잘 정비된 조직력에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이날 경기서 한국은 시종일관 그리스를 압도했다. 전반 7분 기성용의 프리킥에 이은 이정수의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한 한국은 후반 7분 '캡틴' 박지성이 빈트라의 실책을 틈타 단독 드리블 돌파 후 멋진 슈팅으로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로써 한국은 귀중한 승점 3점을 확보하며 16강 진출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또한 한국은 오는 17일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도 강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

◆이정수의 선제골, 기선 제압 성공

경기 시작부터 치열한 공방전이 전개됐다. 그리스는 전반 3분 오른쪽 코너킥 찬스에서 카라구니스가 올려준 볼을 공격 가담한 수비수 토로시디스가 발을 갖다댔지만 골대 위로 벗어났다. 반격에 나선 한국은 1분 뒤 역습 상황에서 차두리가 기습적인 오른발 중거리슛을 시도했지만 그리스 수비벽에 가로 막히며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공격 가담력이 뛰어난 이정수는 그리스 왼쪽 코너플래그 근처에서 얻은 프리킥을 기성용이 강하게 골문 오른쪽으로 연결하자 골문으로 쇄도하며 오른발을 갖다 대 천금의 선제 결승골을 기록했다. 이정수의 골은 86멕시코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기록한 박창선의 월드컵 1호골 이후 한국의 23호골이자 98프랑스월드컵에서 기록한 하석주의 최단 시간골(전반 28분)을 21분이나 앞당긴 ‘기습 골’이었다.

◆한국의 파상공세, 뚫려버린 그리스 수비

한국의 맹공은 계속 이어졌다. 한국은 전반 14분 차두리의 롱스로인을 이어받은 이청용이 오른쪽 페널티박스 안으로 파고들며 감각적인 볼 터치 후 슈팅까지 가져가려고 했으나 토로시디스와 충돌해 넘어졌으나 아쉽게도 주심의 휘슬은 울리지 않았다. 한국은 22분에도 김정우가 그리스의 수비망을 무너뜨리고 문전 앞을 향해 패스를 내줬지만 박주영의 발 끝에 걸린 볼은 골대를 외면하며 붉은 악마들의 탄식을 자아냈다.
그리스는 전매특허인 카운터어택을 통해 경기의 활로를 모색했지만 이렇다 할 결실을 맺지 못했다. 그리스의 패스 전개는 모두 최전방 공격수 게카스의 머리와 발 끝에 걸렸지만 연계 플레이가 이어지지 않았다. 이에 한국은 경기 템포를 한 박자를 죽이고 조용형의 유효적절한 커버 플레이를 통해 흐트러진 전열을 가다듬었다.

한국의 화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전반 27분 하프라인 근처에서 박지성이 감각적인 스루패스를 역습에 나선 박주영에게 정확히 연결했고 단독 골 찬스를 맞이한 박주영이 문전 앞에서 슈팅까지 연결했지만 초르바스 골키퍼의 발 끝에 걸리고 말았다. 박주영은 전반 41분에도 아크 중앙에서 과감한 왼발 슈팅을 때리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자랑했다. 그리스는 전반 종료 직전 해를 등진 이점을 활용, 정성룡 골키퍼를 향한 롱볼 전개로 수 차례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했지만 모두 무위에 그치고 말았다.

◆해결사 '캡틴' 박지성의 쐐기골

위기에 몰린 그리스는 후반 시작과 함께 카라구니스를 빼고 수비형 미드필더 파차초글루를 투입하고 카추라니스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방 배치하며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한국은 후반 2분과 3분 아크 부근에서 이어진 차두리와 이청용의 연이은 슈팅을 앞세워 그리스의 골문을 다시 노크하기 시작했다.

해결사 박지성은 그리스가 공격에 열을 올리던 후반 7분 상대 미드필드에서 볼을 가로챈 뒤 20여미터를 단독 드리블하며 왼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어 한국의 두 번째 골을 낚았다. 폭풍질주에 이은 깔끔한 마무리는 흠잡을 데 없는 ‘아름다운 골’로 기록될 만 했다. 한국축구의 리더 박지성은 기대에 보답했다.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은퇴를 결정한 박지성은 전,후반 활발하게 그라운드를 누비며 한국 선수들의 분투를 자아낸 뒤 후반 추가골까지 낚아 5천만 붉은 악마의 환호성을 자아냈다. 2002월드컵과 2006월드컵에 이어 2010월드컵에서 월드컵 3호골로 안정환과 함께 월드컵 최다골 타이기록을 세웠다.

박지성의 3개 대회 연속골은 한국 선수 가운데 처음이자, 아시아 선수로서도 처음이다. 박지성은 경기 최우수선수로도 선정됐다. 경기 전 “100%의 컨디션이다. 팀 승리를 위해 뛰겠다”며 전의를 다진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네임밸류가 높은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공수에서 가장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벼 레하겔 감독의 ‘항복’을 끌어내는 기폭제가 됐다.

◆벤치대결도 허정무의 승리

허 감독은 오버래핑이 좋은 차두리와 지능형 수비수 조용형을 중앙 수비수에 기용하고, 공격 가담력이 좋은 수비수 이정수를 중앙 수비수, 제공권이 좋은 정성룡을 골키퍼로 내세우는 적재적소의 용병술로 지친 그리스의 ‘질식수비’에 구멍을 냈다.
허 감독의 결단으로 평가된 정성룡은 고비마다 세이브로 한국의 무실점을 이끌었으며 후반 35분 게카스의 위력적인 슈팅을 펀칭으로 막아내는 ‘슈퍼 세이브’를 기록했다. 허 감독은 최고령 레하겔과의 벤치대결에서 모든 승부수가 효력을 발휘하면 한국 첫 승의 밑거름이 됐다.

◆1차전 승리, 16강 절반 고지 넘었다.

각 조 1, 2위에 주어지는 16강 티켓의 주인은 조별리그 첫 판에서 사실상 가려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선 참가국이 24개에서 32개국으로 늘어난 1998년 프랑스 대회 이후 세 차례 월드컵을 살펴보면 첫 경기의 중요성은 더욱 극명해진다. 1차전 승리 팀은 대부분 16강 문턱을 넘어섰다. 앞선 세 개 대회의 조별리그 1차전 총 48경기에서 승자와 패자가 갈린 것은 36경기다. 승리한 36개국 중 16강에 진출한 나라는 모두 31개국이다. 확률로는 86.1%다. 1998년에는 무승부 5경기를 제외한 11경기에서 승패가 나뉘었는데 승자는 모두 16강에 올랐다.

◆ESPN "한국, 경기 치른 팀 중 최고"

한편 세계적인 스포츠 네트워크 'ESPN'은 그리스를 격파하며 2010 남아공 월드컵 첫 승리를 거둔 한국 대표팀의 경기력에 여태껏 경기 치른 팀 중 최고라며 크게 호평했다.
'ESPN'의 포스트게임 쇼 진행을 맡은 밥 레이 아나운서는 경기 후 "한국은 탄탄한 수비는 물론 창조적인 공격까지 선보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대회 첫 날 멕시코의 날카로운 공격력을 봤고, 우루과이의 강력한 수비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그리스를 상대로 훌륭한 수비와 창조성 넘치는 모습을 동시에 보여줬다"며 후한 평가를 내렸다.

▲ 2010 FIFA 남아공 월드컵 B조 1차전 (6월 12일-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
한국 2(이정수 7', 박지성 52')
그리스 0
* 경고 : 토로시디스(그리스)
* 퇴장 : -

▲ 한국 출전선수(4-4-2)

정성룡(GK) - 차두리, 조용형, 이정수, 이영표 - 이청용(90' 김재성), 기성용(74' 김남일), 김정우, 박지성 - 염기훈, 박주영(42' 이승렬)

▲ 그리스 출전선수(4-3-3)
조르바스(GK) - 세이타리디스, 파파도풀로스, 빈트라, 토로시디스 - 카추라니스, 치올리스, 카라구니스(HT 파차초글루) - 사마라스(59' 살핑디기스), 게카스, 카리스테아스(62' 카페타노스)
정리=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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