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터널공사 탈없이 끝나야 할텐데…"
상태바
"용산 터널공사 탈없이 끝나야 할텐데…"
  • 김종서 취재국장
  • 승인 2010.08.21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하주민들, '영험한 산' 손대면 화부른다는 說話로 조마조마
포항시 북구 청하면 용두리 용산 터널공사 현장

산신령께 동해중부선 가설신고 고사지내

정부 90년대 방폐장지정 유혈사태로 무산

레미콘업자 산자락 골재캐다 식물인간 수난

포항시 북구 청하면 용두리 소재에 위치한 용산은 그 높이가 해발 200m에 불과하지만 옛날부터 영산(靈山)으로 전해져 내려왔다.

이 산에 얽힌 흥미진진한 일화가 많다.
1910년대 일제강점기에는 용산의 정기를 끊기 위해 쇠말뚝을 산 정상 곳곳에 처박아 힘센 장수가 태어나지 못하게 마을의 정기를 막았다고 한다.

현재까지도 일제 때 박은 쇠말뚝 흔적들이 용산의 정상 바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어 암울했던 우리 역사를 떠올리게 만들곤 한다.
최근 포항~삼척간 동해중부선 철도 공사를 위해 용산을 관통하는 터널 공사가 한창이다.

용산은 옛날부터 영험한 산이라 손을 대면 큰 화를 부른다는 설화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어 조마조마하다.
지역주민들은 아직도 그 설화를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지 최근 용산을 관통하는 동해중부선 터널 공사를 착공하면서 청하면장 등 지역 유지들이 참석하여 정성을 다하여 마련한 고사상을 차려 놓고 무사히 공사를 잘 끝 날 수 있도록 용산 산신령님께 빌었다고 한다.

아무런 탈 없이 터널공사가 잘 마무리 됐으면 좋겠다고 말은 하고 있으나 주민들은 내심 큰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해 묘한 기분이 든다.
90년대 초에는 용산 일대가 방사능폐기물 매립장 부지로 지정됐으나 청하 주민들의 결사반대로 인해 무산됐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엄청난 유혈 사태가 벌어졌고, 지역민들이 폭력시위혐의 등으로 영창에 갇히기도 했었다.

용산에 얽힌 얘기꺼리는 아주 많다.
포항지역의 모 레미콘 사업자가 레미콘 골재로 사용하기 위해 용산 자락에 광산 허가를 받아 바위 발파 작업을 한번 정도 했는데, 시내 모처에서 공교롭게도 갑자기 쓰러져 평생 식물인간으로 지내다가 고인이 된 경우에 대해 그 당시에는 용산을 건드려서 식물인간이 됐다고 청하주민들은 믿었고 아직도 그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

그 당시 쯤에 청하지역에서 또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큰 사건이 터졌다.
청하 출신 좀도둑 불량배들로 구성된 5인조 강도 사건도 용산이 노하여 생겼다고 주민들은 믿고 있었다.
포항공설운동장 부근에 승용차 안에서 데이트를 즐기던 회사원 남녀를 납치해 남자는 살해하여 청하 안심 저수지에 버리고 여자를 성폭행까지 했다.

그들은 경찰 추격에 쫓겨 밀양으로 내려가 가정집에 침입, 주민을 인질로 붙잡아 방화를 하는 등 경악을 금치 못 할 범행을 저질러 나라가 온통 들썩 거릴 정도였다.
그들의 말로는 결국 비참하게 사형을 집행 당하면서 끝났다.
청하 지역으로서는 크나 큰 오점을 남긴 사건이고, 일부 주민들은 용산이 노하여 생긴 일로 아직도 받아들이고 있다.

용산의 설화중에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부터 내려오는듯한 고색창연한 얘기도 있다.
아주 먼 옛날 용산 부근에 금실이 아주 좋은 유씨 부부가 살았는데 원하는 자식을 두지 못해 애를 태웠다.
이들 부부는 자식을 얻기 위해 용산에 올라가 천지신명에게 정성을 다해 빌고 또 빌었다.
그 정성이 하늘에 닿았는지 열 달 만에 달덩이 같은 아들을 낳았다. 이들 부부는 너무 좋아 천지신명에게 감사를 드리고 또 드리며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런데 깜작 놀랄 일이 생겼다. 낳은 지 3일 밖에 안 되는 아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걸어 다니는 게 아닌가.
유씨 부부는 너무 놀라 어쩔 줄을 몰라하며 전전긍긍하다가 집안 어른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로 했다.
집안 어른들은 이 같은 광경을 보고 한 결같이 앞으로 큰일을 저질러 집안을 망하게 할 아이라며 죽여 없애야 한다고 야단들이었다.

어떤 친척들은 한발 더 나아가 특별한 아이인 만큼 이 아이가 태어날 때 탯줄을 끊은 가위로 찔러 죽이든지 아니면 다듬잇돌로 눌려 죽여야 액운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변 했다.
유씨 부부는 어렵게 얻은 아들을 죽여야 한다는 생각에 눈물이 나고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하지만 유씨 부부는 집안 어른들의 강압에 견디지 못하고 눈물을 머금고 아들을 죽이기로 결심했다.
집안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탯줄 끊은 가위로 아이를 죽이는 순간 맑은 하늘에서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와 천둥이 치면서 장대비가 쏟아졌다. 그 사이로 갑자기 용산에 살던 큰 용 한 마리가 하늘로 승천해 버렸다.
그때부터 용산이라 불렀다는 가슴 아픈 설화가 오늘날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김종서 취재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