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만 르네상스’ 장밋빛에 낀 거품 걷어낼 시기 놓치면 후회한다.
상태바
‘영일만 르네상스’ 장밋빛에 낀 거품 걷어낼 시기 놓치면 후회한다.
  • 김종서
  • 승인 2010.08.28 15: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종서취재국장
지역 주민들은 시장·군수들이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진단하고 예측하여 획기적 성과를 도출해 내는 최고 경영인(CEO)이라는 사명감으로 지자체를 알뜰살뜰 관리해 줄 것을 간곡히 바라고 있다.
시장·군수는 지역 현안들을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로 해결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야 능력있는 주민 대표로 인정 받게된다.

일일이 나열치 않아도 과거를 돌이켜 보면 전국에서 경영마인드가 넘쳐나는 단체장들은 선택과 집중의 논리를 정립시켜 재임중 큰 족적을 남긴 경우가 많았다.
현재 포항시의 성적표와 진행 사항은 어떠할까.

지난 2006년 10월 9일 박승호 포항시장은 민선 4기 출범 100일을 맞아 선거공약 사항이던 ‘동빈내항 복원 프로젝트’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2008년 10월 LH(한국주택토지공사)와 기본 협약(MOU)에 이어 2009년 4월 실무협약(MOA)까지 체결, 시행자 지정까지 완료했다.

총 투입 예산은 1천170억원. 국비 50억, 도비 15억, 시비는 포스코가 출연한 300억원을 포함한 335억원이고 나머지 770억원은 LH가 부담하는 것으로 돼있다.
사업 시행 과정에서 비용이 추가되어 1천170억원을 초과할 경우 포항시와 LH는 상호협의해 추가 지원하는 것으로 약정했다.

그런데 2006년 10월 ‘동빈내항 복원 프로젝트’ 추진이 발표된 이후 4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착공을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4일 포항시의회 지도부는 LH 대구·경북지역 본부를 방문해 포항 현안 사업의 차질 없는 추진을 촉구했다.

문제는 118조원이라는 엄청난 누적 적자에 하루 이자 100억원을 물고 있는 LH는 지난달 26일 전국에서 추진중인 400여개 사업을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LH가 시행자인 사업들이 전국 곳곳에서 파행을 빚고 있는 가운데 ‘동빈내항 복원사업’ 도 제대로 추진될지 우려된다.

2009년 LH와 실무협약 체결때 총사업비 1천170억원이 들어 갈 것으로 계획했던 ‘동빈내항 복원사업’은 착공조차 하지 못한 채 공사비 증가분을 제외하고 어림잡아 230억원 상당이 추가될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시의회는 동빈내항 복원사업에 대해 공사비 증가분을 포함해 100억원 이상은 추가로 부담할 수 없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사업비 증액을 사고 집행부와 의회가 큰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극심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공기업 LH가 수도권 파주시 신도시 조성사업도 중도포기내지 보류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신규 사업은 보류·포기하고 보유토지·주택을 매각해 자금 확보에 나선 LH의 재정 형편은 수익사업이라며 ‘북치고 장구치고’할 여유가 없어 더욱 심각하다.
LH는 동빈내항 복원사업이 종료되면 민간에 매각 할 토지가 3만1천400㎡. 포항시는 작년 6월 동빈내항 일대를 혁신 신도시로 본격 개발한다고 밝혔지만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동빈내항 1.3km구간을 복원해 호텔과 주변상가, 문화체험 테마파크, 워크파크 등을 건설할 예정이다는 장밋빛 청사진은 경제성도 희박하지만 생각 할수록 무모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보니 제대로 추진될지 의문스럽다..

LH가 700억원이상을 투자해 공사대금·개발이익으로 확보한 동빈내항 주변이 과연 민간에 매각하며 금사리가 땅으로 불티나게 팔릴까. 부동산 경기는 ‘불황의 터널’ 초입 단계에 들어서 호황의 예측을 불허하고 있다.
세종시나 혁신 도시 등 지방으로 옮겨가는 공공기관이 보유한 이른바 수도권 알짜지역의 사옥이나 부지가 대거 매물로 나와 있으나 거의 팔리지 않고 있어 불투명성이 감지된다.

사내유보금으로 수십조원을 비축한 대기업들도 국내 부동산 매물에 눈독을 들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 시장 불황에 재정난까지 겹친 LH는 “경기가 불투명해 동빈내항 주변에 호텔 등 위락시설을 민간 사업자가 선뜻 나올 것 같지 않아 수익성이 염려된다”고 토로해 동빈내항 복원사업추진 불투명성을 암시했다.
LH는 지난 24일 국회국토해양위원회 재무개선 방안 보고에서 신도시·택지지구·산업단지를 개발할 때 토지 보상금을 현금이 아닌 땅(대토)이나 건물(환지)로 하겠다고 밝혔다.

또 LH는 전국에 414개로 계획돼 있는 각종 사업중 일부를 장기 보류등으로 조정할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118조원 부채를 걸머진 LH가 토지보상금 압박을 덜기위해 토지보상이라는 고육책을 내놨다. 이러한 가운데 박승호 포항시장은 ‘영일만 르네상스’를 열겠다는 포부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영일만 르네상스’는 영일만항을 중심으로 자유무역지대, 배후산업단지, 철도, 고속도로 등을 결합시켜 국제 물류 중심도시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그러나 6천 400억원이 투입되는 흥해읍 대련리 융합기술산업지구조성, 6천 300억원 투입되는 국가산업단지에 플랜트산업 장치산업을 유치해야 하는데 그 전망도 밝지 않다.

시정의 목표를 ‘장밋빛 청사진’에만 둘 수 없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에 개발과 조성과 판매를 대행하는 공기업 LH가 재정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은 포항시의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 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식기반시대에 고급 기술이 필요한 첨단산업은 수도권이 최적지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미 포화상태의 장치 산업을 유치해야하는 산업단지를 경쟁적으로 조성해 국제물류의 중심도시가 되겠다는 야심은 시행사인 LH의 재정난으로 난관에 봉착한지 오래전 같다.

박승호 시장은 고집과 자존심 모든 것을 다 접어야 할 때 같다.
만약 ‘글로벌 포항’·‘영일만 르네상스’에 도사린 장밋빛 거품들을 걷어낼 수 있는 적절한 시기를 놓치면 앞이 보이지 않는 큰 일이 닥친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