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어 먼지 안나는 사람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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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어 먼지 안나는 사람구합니다”
  • 유수원(편집인)
  • 승인 2010.09.0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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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용문(登龍門)은 용문(龍門)에 오른다는 뜻으로, 입신출세의 관문을 일컫는 말이다. 중국 후한(後漢)시절 퇴폐한 환관들과 맞서 조정의 기강을 바로잡던 정의파 관료의 영수를 청년관리들이 알게 되는 것을 등용문이라 하여 몹시 자랑으로 여겼다고 한다.

몸가짐이 고결한 청백리(淸白吏)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회자되고 있다. 2001년 9.11테러 당시 미국국방장관 럼스펠드는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의한 알카에다 섬멸작전을 주창했다. 이 전쟁중 럼스펠드는 기자회견을 토크쇼처럼 재치있게 이끌어 ‘노신사의 신뢰성’을 과시했다.

워터게이트 파문으로 사임한 닉슨에 이어 대통령직을 승계한 포드는 럼스펠드를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기용했다. 포드대통령은 43세의 럼스펠드를 국방장관으로 중용(重用)했다. 럼스펠드는 관직을 떠나 민간분야에 종사할 때 ‘GD시얼(제약회사)’회장직을 맡아 구조조정과 비핵심분야 매각을 통해 회사의 주가(株價)를 다섯배로 올렸다.

럼스펠드는 아들 부시대통령에 의해 다시 국방장관으로 재기용된다. 럼스펠드는 임명전 백악관·FBI·국세청조사를 받았다. 사돈의 팔촌까지, 이웃과 친구들에게 탐문조사를 벌였으나 ‘먼지’가 나지 안았다.
9.11테러 발생 5일후 열린 백악관 국무회의에서 럼스펠드가 이례적인 시작 기도를 했다. 강경파의 입에서 절제와 조화를 간구하는 소리들이 흘러나왔다.

그는 하나님에게 4가지 덕목을 달라고 간청했다. “복수의 욕망을 다스릴 인내,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결의, 정의를 밝힐 수 있는 지혜, 자유를 지키는 힘”을 기원했다. 털어도 먼지가 나지 않으면서 국가에 도움이 되기를 기원했던 공직생활을 끝내고 2009년 2월 그는 워싱턴 DC 듀퐁서클 지하철역 부근 버스정류장에 서서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이 기자들에게 목격되었다. 럼스펠드는 미국공직자들의 애국심·도덕성을 한 껏 과시하고 은퇴했다.

럼스펠드가 서양을 대표하는 유능한 청백리였다면 동양에는 원자바오 중국총리가 있다. 2006년 2월 원자바오총리는 산둥(山東)성 농가를 방문했다.
11년전 주름지고 헤어진 녹색 겨울점퍼를 입고 산둥성을 찾았던 사진과, 그 점퍼를 그대로 입고 다시찾은 사진이 한 네티즌에 의해 인터넷에 올라 국민적 스타로 떠올랐다. 그로부터 다섯달 뒤 허난(河南)성을 시찰할 때 2년전 수선한 운동화를 다시 기워 신은 게 들통(?)이 나 화제가 됐다.

중국온라인은 “이런 총리가 있는 한 중국엔 희망이 있다”는 격문으로 뒤덮었다. “일부에서 고도로 연출된 쇼”라고 격하했으나 중국인민들은 원자바오 총리가 그렇게 현장을 누비며 살아온 것을 알기에 흔들지지 않았다.

8.8개각으로 임명된 총리와 두명의 장관후보가 낙마했다. 거짓말·위장전입·쪽방촌 투기가 들통이나 자진사퇴했다.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 있느냐”·“똥묻은 개가 켜묻은 개를 나무란다”는 일부 반발이 있으나 “털어도 먼지 안나야 한다”가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미국은 오바마정부에서 일할 주요공직후보자에 63가지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청문회를 거치지 않는 직급의 공직자를 채용할 때도 ‘거짓말 탐지기’가 동원된다고 전해진다. ‘악몽같은 검증절차’가 도사리고 있어 스스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는 사람은 아예 ‘자리’를 탐내지도, 제의를 수용하지 않는다.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주요국가로 도약하는 한국에 ‘의(義)로운 공직자’들을 갈구하는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하는 측도 있다.

위장전입·병역기피·탈세·수뢰 등과 담을 쌓은 ‘의(義)로운 대통령’이 출현하기를 고대하고 있다. ‘중도실용’을 추구하는 MB에 부나비처럼 몰려드는 모리배(謀利輩)들을 보는 것이 지겹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일까. 한국의 민초(民草)들은 ‘의(義)로운 공직자’·‘의(義)로운 대통령’출현을 고대하고 있다. 유수원(편집인)
유수원(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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