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방지축(天方地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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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지축(天方地軸)”
  • 유수원 편집인
  • 승인 2011.01.0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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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9월 평양을 방문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북한의 신(神)’ 김정일과 대좌했다. 사자머리 헤어스타일에 두 눈을 부릅뜨고 일본인 납치문제의 진상공개를 압박했다.

김정일은 대일수교의 걸림돌인 납치문제를 해결해 식민지배보상·경협자금 등 100억달러를 거머쥐겠다는 통박을 깔고 ‘각색된 진상(眞相)’을 공개했다. 1970~80년대 납치한 일본인이 모두 13명이며 이 가운데 8명은 사망했고 생존자 5명은 귀국시켰다고 밝혔다. 또 김정일은 “특수기관 일부가 망동주의·영웅주의로 나아가면서 납치를 저질렀다고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는 납치피해자가 17명이고, 북측이 주장하는 사망자 숫자도 믿을 수 없다며 이들의 소재를 재조사해 귀국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정부는 납치문제 해결 없이는 북일수교도 경제적 지원도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본 국민들의 반응은 분노를 넘어 응징촉구로 비화되었다. 북한의 대표적 무역선(船) 만경봉호의 입항도 거부되고 있다.

‘위대한 장군님’ 김정일이 사실상 ‘납치의 총책’으로 밝혀지자 조총련(朝總聯:친북한계 재일본 교민단체)이 동요했다. 한민족의 정통성을 승계했다고 믿고 충성을 바친 북한이 국가적 범죄를 수년에 걸쳐 자행한 사실을 확인하고 망연자실했다. 조선인 학교를 세워 자녀들에게 한복을 입혀 등교시켰던 자부심이 무너져 내리자 조총련 이탈자가 속출했다. 조총련은 금고(金庫)실사 등 일본 당국의 압박과 조직 동요가 겹쳐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쇄락의 길을 걷는 조총련에 최근 또 하나의 충격이 가해졌다. 3대 세습체제 구축과 연평도 공격 이후 조총련 조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다고 산케이 신문이 지난 4일 보도했다. 세습 황태자 김정은의 어머니인 고영희가 재일동포출신인 만큼 조총련이 환영에 나설만한데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초록은 동색이고 가재는 게 편’이라지만 파벌의식·끼리끼리 문화도 상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북한의 자금원으로 충성을 바친 조총련도 ‘민(民)의 바다’가 활짝 열린 21세기에 개혁·개방을 거부하며 3대 세습을 고집하는 김정일에 충성을 바친다는 것은 ‘엽기드라마’임을 절감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좌파들은 40년 단골메뉴 ‘수령님·장군님의 노래’를 쉼 없이 불러재낀다.

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 규탄 결의안채택을 거부해 ‘북한 노동당의 2중대’라는 낙인을 새긴 민주당이 MB(이명박 대통령)를 상대 막말소동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박주선 최고위원(민주당)은 지난 5일 “정부가 쇠고기 수입 전면개방을 위해 구제역 방제를 미온적으로 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빚고 있다. MB정부를 축산업 말살정권으로 몰아가는 작태를 서슴지 않았다.

이에 앞서 깜도 되지 않는 자칭 대선주자 천정배(민주당 최고위원)는 지난달 26일 수원역에서 열린 ‘이명박 독재 심판 결의대회’에서 “서민 다 죽이는 이명박 정권은 헛소리 개그 하는데 어떻게 해야 되겠나. 죽여 버려야 하지 않겠느나”·“MB가 동지상고 후배를 육참총장에 임명했다. 해참총장도 경상도 사람이다”며 증오가 짙게 배인 공격을 서슴지 않았다.

‘입이 삐뚤어져도 말은 똑바로 하라’는 속담이 있다. 국무총리에 호남출신을 앉히고 군정권(軍政權)을 행사하는 국방장관도 호남사람이다. 일선 지휘관에 영남사람을 앉혔다고 ‘공정성(公正性)’ 시비를 걸면서 “죽여 버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선동했다.

참여정부의 법무장관을 역임했던 ‘천박한 깡통’이 요란한 소리를 내고 있다. DJ 정부 시절 국정원의 영남출신 대공(對共)라인 500여명을 한꺼번에 축출해도 영남출신 어떤 국회의원도 “호남사람끼리 다 해쳐먹는다”는 욕을 하지 않았다. 좌파의 본질은 나눔과 베품의 실천이다. 그러나 김정일을 따르는 종북 좌파는 증오와 보복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30일 ‘대한민국 어버이 연합’과 ‘자유북한 운동 연합’은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들은 “국가원수 모독하는 개소리를 퍼부어대는 천정배는 대한민국 정치사의 치욕이다”는 현수막을 들고 있었다. 지역감정에 편승해 야욕을 키우면서 증오를 확산시키는 ‘정치 패륜아’들의 파멸이 순리일까, 역리(逆理)일까.

유수원(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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