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원로 연극 연출가 김삼일 소극장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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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원로 연극 연출가 김삼일 소극장 개관
  • 함정민 기자
  • 승인 2013.02.23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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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무대 지켜달라’는 이해랑 선생과의 약속 지켜
▲ 김삼일 연출자

‘김삼일 자유소극장’을 아십니까?

향토 연극 연출가 김삼일(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초빙교수) 씨가 연극입문 50주년을 맞아 자신의 이름을 따 포항에서 개관한 연극 전용극장이다.

포항시 북구 상원동 육거리 애린 주차장 옆 풀잎 문화센터 3층에 자리 잡고 있다.

김삼일 자유소극장은 10KW전력에 객석 70석의 현대식 조명과 음향시스템과 오퍼레이팅 시스템을 모두 갖춘 아담한 소극장이다.

전속극단으로는 극단 김삼일 자유소극장을 두고 있으며 극단 대표는 이연희 씨가 맡고 있다.

▲ 김삼일 연출자의 연출작품 <햄릿>

극장장 김삼일 연출가는 약 50년전 연습장소와 발표무대가 없어 육거리 골목길에서 희미한 달빛을 맞으며 연극연습을 하다가 당시 향토문화의 개척자 재생 이명석 선생에게 발견되면서 본격 연극을 시작하게 됐다.

김 연출가는 “그 당시 재생 선생이 운영하던 애린공민학교 교실에서 연습과 연극 발표를 마음껏 할 수 있게 된 사실을 잊을 수가 없다”며, “연극입문 50주년을 맞아 애린공민학교(현재 애린 주차장) 바로 옆 건물에 소극장을 개관하게 돼 너무 감격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마음껏 하고 싶은 국내외 명작을 무대에 올리겠다”고 야심찬 포부도 밝혔다.

자신의 이름을 따서 소극장 명칭을 정한 것은 자신의 연극정신(진실)을 소극장 운영에 투영시키겠다는 의지의 발로라고 밝혔다.

▲ 김삼일 연출자의 연출작품 <로미오와 줄리엣>

김 연출가는 50년 동안 한강의 기적, 대지의 딸, 산불, 지평선 너머, 햄릿 등 세익스피어의 4대비극, 말괄량이 길들이기, 베니스의 상인, 로미오와 줄리엣 등 세익스피어의 7대 작품(4대비극 2번, 로미오와줄리엣 2번 등 총 12번)을 모두 연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세익스피어 작품을 연출한 연출가가 되었으며, 지금까지 50년동안 모두 142개의 작품을 연출했다.

특히 지난 85년 전국연극제에서 ‘대지의 딸’을 연출해 대통령상을 수상할 당시, 이해랑 심사위원장과 유민영 심사위원이 “김삼일은 혼신의 노력을 경주해, 포항의 연극을 중앙 수준으로 끌어 올린 기적의 연출가다”고 호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삼일 연출가와 이해랑 선생의 인연은 1966년 시작됐다.

당시 스물넷의 나이에 배우의 꿈을 안고 서울에 올라간 김삼일 연출가는 ‘이해랑 이동극단’ 단원 모집 면접장으로 향했다. 이름만 듣던 이해랑 선생 앞에서 후들거리는 다리로 “3년전부터 포항에서 연극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선생은 뜻밖의 말을 했다. “포항에서 무대를 지키면 내 극단에 들어온 것과 같다. 나는 이제야 버스에 단원을 싣고 방방곡곡 다니려 하는데, 자네는 나보다 3년 앞서 시작했지 않는가. 그 정신으로 지방을 지켜달라”·“맑은 영혼의 연극인이 되어주시게”.

그 후 19년만인 1985년 제3회 전국연극제에서 차범석 선생의 작품 ‘대지의 딸’로 대통령상을 받게 된 김삼일 연출자는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이해랑 선생과 다시 만났다.

이해랑 선생은 껄껄 웃으며 “거봐, 계속 하니까 좋은 일 생기잖아. 끝까지 해봐”라고 말했다 한다.

▲ <리어왕>

또다시 19년이 지난 2004년 김삼일 연출자는 제14회 이해랑연극상을 받았다. 선생이 작고하고 5년 후였다. 김삼일 연출자는 “선생님이 말씀하신 ‘맑은 연극 정신’을 지키기 위해 항상 공연할 수 있는 소극장 하나 여는 게 꿈”이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2013년 1월, 꿈이 실현됐다. 20대 배우 지망생이었던 그가 연습 장소가 없어 별빛을 조명 삼아 대사를 외치며 연습하던 바로 골목을 지나던 김삼일 연출자는 우연히 건물 3층에 임대 공고가 붙은 것을 보고 그 자리에서 바로 달려가 계약했다.

개관기념공연작품으로 오는 3월 13일부터 31일까지 세계적 문호 러시아의 안톤체홉의 ‘노배우의 고백’(원제:백조의 노래)을 이주영 번역, 김삼일 연출, 최희만(중앙대 연극영화과 중퇴)·이제우(대경대 연극영화과 졸업) 출연으로 공연한다.

‘노배우의 고백’의 줄거리는 러시아의 지방극단의 명배우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극장지배인과 관리들의 계략으로 극장을 쫓겨나는 신세가 되지만 좌절하지 않고 내일은 다시 태양이 뜬다고 절규하는 비극이다.

연극 반세기 만에 자신의 이름을 딴 소극장을 연 김삼일 연출자는 내일의 태향을 기대하며 “극장 이름처럼 자유롭게 연극 한번 해보려 합니다. 선생님께 약속한 대로 맑은 연극 정신이 포항 너머 서울까지 전달되도록 죽도록 이곳 무대를 지키겠습니다!”라고 목소리 높여 외쳤다.

함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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