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농사’는 인간사(人間事)의 ‘농사 중에 제일 큰 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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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농사’는 인간사(人間事)의 ‘농사 중에 제일 큰 농사’…
  • 김종서 취재국장
  • 승인 2014.08.2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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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서 취재국장
자식 때문에 통한의 눈물을 흘리는 정치인들이 늘어나 ‘자식농사’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

선조들은 “농사 중에 제일 큰 농사는 ‘자식농사’이다”며 자식농사 잘하는 것을 중요한 덕목으로 여겼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는 속담도 있다.

그 자식을 보면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자식들이 집 밖에서 예의범절을 지키고 똑똑하게 하고 다니면 ‘어느 집 자식인지 참 기특하다’고 칭찬한다. 그러나 말썽을 부리고 예의범절을 잃은 행동을 하면 ‘니네 부모가 그렇게 가르치던가…’라며 꾸지람을 받는다.

특히 정치인들 자식들의 일탈 행위는 아버지의 정치적 입지를 쥐락펴락하는 영향력을 행사한다. 지난 5월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는 연단에서 갑자기 고개를 떨구며 울먹였다.

정몽준 아들이 세월호 사건과 관련하여 사고 현장을 찾은 국무총리께 물을 뿌리는 등 봉변을 준 사건을 보고 ‘미개’한 국민들이라는 표현을 쓴 글을 트위트에 올려 큰 말썽이 됐기 때문이다.

“제 아들의 철없는 짓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고개를 숙였으나 여론의 반응은 냉담했다.

선거전에 부정적 영향을 끼쳐 정 후보는 결국 낙선했다.

딸의 폭로 직격탄을 맞아 당선 고지에 가장 먼저 진입하려던 유력한 교육감 후보도 낙선했다.

‘나의 아버지는 교육감 자격 없다’는 고승덕 후보의 딸(미국 거주)의 편지가 공개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던 고 후보는 결국 낙선한 것이다.

고 후보는 박태준 포스코 설립회장의 장녀와 결혼해 1남1녀를 두고 이혼했었다.

고 후보는 “10여년동안 연락을 끊고 산 아버지처럼 매도되는 게 아픈 거고요, 많은 아주머니들이 제가 자식을 버린 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부정적 반응을 되돌리려고 읍소했으나 표밭 반응은 싸늘했다.

선출직 공직자는 당선 이후에도 ‘자식농사’ 관련 후폭풍에 휩싸이면 ‘생사의 기로’에서 헤매게 된다. 선임병들에게 맞아 죽은 ‘윤 일병 사건’ 파장이 가시기 전에 남경필 경기도지사 아들의 후임병 폭행사건이 드러났다.

강원도 철원 육군 6사단 예하 포병부대에서 행정병으로 근무하는 남 지사의 장남 남 모(23) 상병은 훈련을 제대로 못한다는 이유로 같은 부대원(일병)의 턱과 배를 수차례 때린 혐의로 헌병대의 조사를 받고 구속영장이 신청됐으나, 군 법원에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각했다가 재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

남 상병은 또 다른 부대원을 성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남 상병의 폭행은 28사단 윤 일병 폭행사망 사건으로 육군 참모총장이 사임하는 등 큰 파문이 일어 국방부에서 가혹 행위 근절 의지를 밝힌 뒤에 일어난 사건이라 충격을 주고 있다.

아들의 후임병 폭행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남 지사가 지난 15일 한 일간지에 게재한 기고문의 도덕성 논란도 불거졌다.

남 지사는 기고문에서 “자식 걱정에 밤잠을 못 이루는 이 시대 모든 아버지의 심정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들 둘은 군대에 보내놓고 선임병사에게는 매를 맞지 않는 지 전전긍긍했다”고 적었다.

남 지사가 장남의 가혹 행위를 군에서 통보받은 시점이 13일로 전해지면서 아들의 가혹 행위를 알고도 병영 문화 걱정을 한 것으로 보여 ‘가식’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자식의 잘못을 미리 알게 되었으면 자식의 비행(非行)을 모른 체하는 기고문은 자진해서 철회하는 것이 마땅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17일 남경필 경기지사는 자신의 장남이 후임병 폭행과 성추행 혐의로 조사받은 것과 관련 피해 병사와 그 가족에게 사과했다.

이에 앞서 남 지사는 16일 밤 페이스북에 사과문부터 올렸다. “사회지도층의 한 사람으로서 제 자식을 잘 가르치지 못한 점 저의 불찰입니다.”

정치인 남 지사가 사안의 심각성을 알고 미리 올린 사과문 표현이 네티즌들의 분노를 촉발시켰다.

“사회지도층이라니…. 스스로 권력자임을 내세우는 표현이 아닌가” 등 거센 비난이 쇄도했다.

남 지사는 ‘사회지도층’이란 표현을 ‘공직자의 한 사람’으로 수정했으나 냉담한 반응은 요지부동이었다.

남 지사의 장남 영장 신청 기사에는 ‘가정도 제대로 못 다스리는 사람이 대권까지 꿈을 꿀 수 있나. 자식이 구속되면 지사직을 사퇴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이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남 지사의 경기도정 행보는 ‘연정’과 ‘혁신’의 실험장으로 주목 받았다.

지방정부 최초로 여야 연정 구성에 합의했고 인사청 문제도 도입 등 각종 혁신에 착수했다.

그러나 연정과 혁신이 윤곽을 드러내기도 전에 장남의 군대 폭력 성추행 사건으로 사퇴 압력을 받는 난감한 처지에 직면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혼 소식까지 공개되어 여권 대선후보 지지율도 반토막이 났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티’가 지난 18-19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권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남경필 지사의 지지율은 2.9%로 전주(前週) 5.4%보다 절반 가까이 떨어졌고, 순위도 5위에서 7위로 밀려났다.

남 지사의 장남 군대 폭력·성추행 보도와 부인과의 합의이혼이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네티즌들은 “수신제가(修身齊家)해야 치국(治國)한다”·“이혼에 아들 문제까지… 가정부터 챙기길” 등의 반응을 보였다.

5선(選) 의원에서 경기도지사에 올라 대선주자 반열에 오른 남 지사가 자식농사·부부농사에 실패해 피눈물을 흘리면서 정치적 벼랑으로 내몰리는 것을 목격하고 ‘자식농사는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며 연민의 정(情)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또 군대생활을 잘 마무리하고 직장생활을 하는 자식을 지켜보면서 안도하는 부모들도 있다.

예나 지금이나 자식농사로부터 자유로운 부모들은 없다.

세월이 갈수록 자식 농사에 부모들의 영향력은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까지 부모를 보고 배우는 것이 자식이라는 인식은 강고하다.

자식 농사에 부모의 철학·지혜의 중요성이 여전히 강조된다.

우리의 선대(先代)들은 집안 곳곳에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공자의 가르침을 액자로 만들어 걸었다.

내 몸과 마음을 닦은 후에 남을 다스려야 한다는 세상살이 근본적 리더십을 강조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닦지 않은 교만한 인격들이 폭력·강제추행을 빚어내고 있다.

자식들의 일탈에 대한 부모들의 연좌적 책임론이 강조되고 있다.

부모님들은 자식농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자신들의 거울’이 반짝이도록 닦고 또 닦아야 한다.

병영폭력 추방을 위해 ‘자식농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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