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도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울산형 맞춤급식’ 따라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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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도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울산형 맞춤급식’ 따라 해라
  • 김종서 취재국장
  • 승인 2014.11.28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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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서 취재국장
포항인근 울진에서 지난 21일 전해진 원자력 발전소 4기(基) 추가 건설합의와 울산시의 맞춤형 급식정착 사례가 우리 사회의 갈등 해결의 새모델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맞춤형 급식 정착 사례는 무상급식으로 재정난을 빚으면서 야기된 전국 지자체의 재정난 갈등을 해소하는 적절한 방안으로 부상했다.

울산의 초·중·고 무상급식률은 전국 최고인 제주의 86.9%에 비해 절반도 안되는 36.3%로 전국에서 꼴찌다.

하지만 울산의 1인 GDP는 4만달러, 전국 최고이며 선진국 수준이다.

현대중공업·현대자동차·석유화학공단이 자리잡아 전국에서 제일가는 부자 동네에 맞춤형 급식이 정착되고 있어 그 구체적 실천 방안이 전국적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울산시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무상 급식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편하다.

울산의 무상 급식 대상자는 기초생활수급권자와 차상위 계층 등을 포함해 4인 가구 기준으로 월소득 570만원 미만인 가구 학생이다.

이 학생들의 부모가 동사무소에 무상 급식을 신청하면 동사무소가 해당 학교에 알려주고, 학교는 지역 교육지청에 해당 학생의 급식비를 신청해 받는 시스템이다.

이 과정에 학생이 학교에 서류를 제출하거나, 쿠폰을 받아 급식 때 내는 절차가 아예 없다.

무상급식 지원 대상이 아닌 학생의 부모는 은행 계좌를 학교에 등록하고 계좌에서 자동으로 급식비가 학교측으로 이체 되도록 해야 한다.

급식비를 내는 학생들도 급식비를 제출하는 과정에 전혀 끼어들지 못하게 했다.

울산시에서 이렇게 맞춤형 무상 급식이 이뤄지는 학교는 전체 236개 초·중·고교 가운데 농어촌지역 학교 등을 제외한 149곳이다.

농어촌 지역 등을 포함한 울산시 전체 초·중·고교생 15만7천여명 중 36% 가량인 6만7천여명만 무상급식 지원대상이다.

전국 평균 69%의 절반 수준으로, 가장 낮다.

울산시와 구·군 등 지자체가 부담하는 무상 급식 예산도 올해 60억원으로 규모가 작은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 평균의 10분의 1 수준으로, 가장 적다.

울산시 무상급식 담당관은 “잘 사는 계층 학생들에게까지 무상급식을 지원할 경우 어려운 계층에 줄 수 있는 혜택이 줄어들고 결국 급식 질도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했다.

울산은 이런 방식의 맞춤형 무상급식 덕에 아낀 예산을 급식 질을 높이는 데 사용하고 있다.

2012년 30억원이던 친환경 학교급식 식품 구입 예산이 2013년 36억원, 올해 48억원으로 늘었다.

울산은 내년 무상급식 관련 예산도 별도 증액 없이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을 정도로 재정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울산의 맞춤 급식 모델은 여유있는 학부모들이 일부 급식비를 부담해 준 덕분에 가난한 학생들은 자신도 모르게 무상급식 혜택을 받는 방식이다.

교육청은 아낀 급식 예산으로 재정 투입이 더 급한 교육 현장에 투자할 수 있게 돼 다른 교육청들처럼 지방 정부·중앙정부와 다툴 일도 없다.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 논란으로 전국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울산시가 맞춤형 무상급식을 하면서도 학생들간에 ‘눈치밥’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급식 시스템을 운영해 오고 있는 것이 드러나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맞춤형 급식 정착 추진의 주역 김기현 울산시장은 “야당 시의원들이 20여일간 단식 농성을 하는 등 논란이 많았다.

그러나 시민 세금을 꼭 필요한 곳에 써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시민들을 설득하고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연봉이 7천만원이 넘는 가정까지 한달 4만~7만원 급식비를 대준다면 누가 선뜻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울산의 현대차·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의 연봉은 7천500만원을 상회해 ‘노동귀족’이라고 불린다.

이들의 자제들에게도 공짜 점심을 제공해야 한다는 ‘골고루 공짜 논리’는 구차해 보인다.

김기현 울산시장은 ‘선별 급식을 하면 저소득층 아이들이 눈칫밥을 먹고 낙인 찍힌다’는 좌파들의 주장은 허구라고 단정한다.

“학생들이 학교에 무상급식을 신청하는게 아니라 부모가 주민센터에서 무상 급식을 신청하면 주민센터에서 알아서 처리해 주기 때문에 주변 학생들은 누가 무상급식을 받는지 전혀 알길이 없다”고 설명한다.

네티즌들은 “선별 복지가 답이다. 밥상 평등·친환경 유기농급식 운운하며 사기치는 좌파들 배만 불리는 무상복지는 끝내야 한다”·“무차별 공짜밥을 전 학생에게 주는 것보단 지원이 필요한 학생은 지원해주고 고수익 자녀들은 급식비를 내게 해서 질 좋은 급식을 하는 것이 훨씬 낫다”며 ‘맞춤형 무상급식’을 선호했다.

‘무상급식 예산지원 중단’ 폭탄선언을 했던 홍준표 경남지사는 “공무원 월급조차 지급할 수 없는 상태로 지방재정이 악화되고 있어 무분별하게 진행되고 있는 무상급식 정책은 재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재정만 어려운 게 아니다.

경제 불황으로 대규모 세수가 펑크나 국가 재정이 어려울 때 무상급식 논란이 불거진 것은 차라리 다행이다.

무상급식제도는 시작부터 부작용이 충분히 예상됐던 ‘인기영합정책’이었다.

무상시리즈 선수를 친 좌파 교육감과 야당에 뒤질세라 부화뇌동한 여당도 자성해야 할 처지로 내몰렸다.

쓸 돈은 모자라고 돈 쓸 곳은 너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무상급식을 비롯한 복지 시책의 규모와 속도를 지속가능하게 재조정하는 구조조정이 절실해졌다.

지난달 6일 포항급식연대는 포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015학년도부터 포항시 동(洞)지역 초등학교 전 학년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포항급식연대는 “지난 2012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포항시의 무상급식은 읍·면지역 전학년과 동지역 1~2학년만이 혜택을 보고 있다”며 “도내 타·시군과 비교할 경우 포항시의 무상급식 비율은 최하위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포항시 관계자는 “현재 동지역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급식에 22억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며 “이 대상을 전체로 확대할 경우 60억원이 넘는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포항급식연대는 무상급식 확대 시행을 요구해 재정난 여파로 선별적 급식을 실시하는 포항시와 대립하고 있다.

제한된 자원을 가장 효과적이고 합리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경제 행위이다.

돈을 낼 수 있는 사람은 자기 돈으로 밥을 먹고, 돈을 낼 수 없는 사람은 나랏돈으로 지원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포항은 포스코 본사와 포항제철소가 자리 잡아 자족기능을 구비한 도시로 평가 받고 있다.

포항도 울산처럼 월소득액 기준을 정해 미달 되는 가구의 학생에게만 무상으로 급식을 제공하는 ‘맞춤형 급식’ 실시가 바람직하다.

선진지의 효율적 제도 도입은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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