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필(曲筆)과 소음(騷音)은 저항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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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필(曲筆)과 소음(騷音)은 저항을 부른다”
  • 유수원<편집인>
  • 승인 2014.12.1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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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대한항공(KAL)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에 세계 주요 외신(外信)들이 주목하는 가운데 CNN방송 비판이 눈길을 끌었다.

남성앵커가 ‘너츠(nuts : 황당한 사건)’라고 강조하자 여성앵커는 ‘미친짓거리(This is crazy story)’라고 받았다.

CNN홈페이지에 실린 이 기사는 2300여개의 비판적 댓글이 달리면서 ‘많이 본 뉴스’ 상위권을 달렸다.

조현아 부사장은 기내 서비스 담당 승무원이 땅콩을 봉지채로 제공했다는 것을 트집잡아 250명이 탑승한 국제선 여객기를 회항시켰다.

재벌 3세가 저지른 버르장머리 없는 행동에 미국의 네티즌까지 가세해 ‘비난폭풍’을 퍼부었다.

반사회적 성격 장애자가 기업은 물론 국가까지 망신시켰다.

세계화된 댓글문화의 위력을 실감시켰다.

댓글문화는 인터넷상의 원문에 대해 주고받는 글쓰기 문화를 일컫는 말이다.

인터넷의 익명성을 악용해 악의적 비난·허위사실 유포를 자행하는 악플도 있고, 합리와 이성·절제가 어우러진 선플도 있다.

최근 한국사회의 여론을 이끌어 간다는 정론지(正論紙)·종편이 ‘찌라시 언론’·‘종편=종일 편파방송’으로 매도되고 있어 정론직필이 없는 ‘곡필(曲筆)’·중립적이고 균형잡힌 보도가 없는 ‘소음방송’인가를 헤아려보게 한다.

‘불장난 밝혀질 것’ 정윤회 발언을 보는 불편한 시선들(12월 11일자 조선일보 사설)은 ‘정 씨가 당당하게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국민이 답답함과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는 토를 달았다.

이 사설에 ‘아무리 언론자유가 있다지만 죄없는 무고한 사람을 사지로 몰아붙일 권리는 없다’·‘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선동만 하고 있다’·‘조선일보 애쓴다. 이제 그만하고 오보 인정하는 게 정론지의 도리 아닌가. 지금 이건 언론의 탈을 쓴 또 다른 폭력이다’·‘조선일보는 찌라시를 믿고 있는 저질언론이다’는 비판적 댓글이 추천순(順)으로 주렁주렁 달렸다.

사설의 논지를 압도하는 논리와 설득력을 독자들이 제시하고 있다.

‘검찰, 정윤회 말대로 불장난에 춤춘자만 가려낼 참인가(12월 11일자 동아일보 사설)’는 ‘검찰이 소극적으로 수사를 끝내면 국정조사와 특별검사를 부를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 사설에 ‘선출한 대통령의 권위를 인정하고 신뢰함이 마땅함에도 근거없는 비난과 반대만 한다면 이는 국민의 뜻에 반역하는 것임. 국민이 대통령에 권한과 책임을 위임했음으로 언론도 가능한 이를 존중하고 협력함이 정도임. 비난만 하고 흠만 잡는다면 반정부 세력과 무엇이 다른가’라는 댓글이 추천 1순위로 달렸다.

‘언론의 금도’를 강조하는 독자의 양식(良識)은 대인(大人)의 품격을 느끼게 했다.

한국 주류언론의 게시판은 ‘흑색선전·편가르기가 춤을 추는 시궁창’이 아니라 독자의 고견(高見)과 애정어린 충고가 도도히 흐르는 ‘청류(淸流) 계곡’ 이었다.

주류언론이 경영하는 종편(종합편성채널)이 ‘종일편파방송’으로 우파 네티즌들의 격렬한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7일 TV조선은 “찌라시 문건이 사실이 아닐 확률이 있고, 사실이 특검으로도 밝혀지기 어렵지만 시중 여론은 문고리 권력 3인방을 내치라고 한다”면서 ‘생계형 패널’을 불러모아 ‘용퇴촉구’ 궤변경연 굿판을 벌이기 시작했다.

‘정동영 보좌관’ 경력 황태순은 ‘찌라시 문건’의 최초의 작성자 박관천 경정을 “의인(義人)”으로 평가하면서 “박 대통령이 찌라시라고 단정하는 것은 검찰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사법(司法)방해에 해당하며 탄핵소추 대상이다”고 떠벌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60개월짜리 대통령이다”고 조롱하면서 ‘최고 실세 패널’임을 과시했다.

부장판사출신 패널은 “종편 등 방송사들이 정부로부터 전파를 받아서 보도하면서, 마치 특정정파의 정치를 하듯이 선동적 형태의 정치방송을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팩트 없이 찌라시보고 읊어대는 앵무새 방송”·“그냥 아무 사실 없이 카더라 하는 것을 되풀이 하는 카더라 방송”·“언론이 아닌 쓰레기 깡통 방송”이라는 비난이 쇄도했다.

언론의 생명은 팩트를 찾고 진실을 발굴하는 것이다.

언론이 권력화되어 선출권력까지 우습게 보는 ‘카더라 제왕(帝王)’이 되면 폐지(廢紙)가 되고 소음(騷音)이 된다.

대형사건이 없으니 가십을 대형사건으로 만들어 대통령을 마녀사냥하는 ‘망국적 언론’이 되어가고 있다.

새민련이 청문회 때 “파도 파도 미담(美談)만 나온다”고 극찬했던 전 검찰총장 채동욱은 “검찰이 정권에 순응하던 시대는 지나갔다”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위반으로 기소해 ‘댓글정국’을 주도했다.
어느 검사가 정윤회 사건에서 불공정 수사를 할 수 있겠는가.

박 대통령의 외압을 캐내기만 하면 야당은 박수를 치면서 ‘권은희 공천’ 수혜를 되풀이 할 것이다.

‘찌라시 언론’과 ‘종일편파방송’은 독자와 시청자 수준 측정에서 실패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증시(證市)에는 ‘루머에 사고 뉴스에 팔아라’는 매매격언이 있다.

믿을 수 없는 루머에 사서 신뢰할 수 있는 뉴스에 팔아라는 말은 아이러니한 말이다.

그러나 틀린 말이 아니다.

뉴스는 과거에 일어난 일을 전하는 것으로 신선도가 떨어진다.

오히려 루머가 사실로 밝혀지면 그것이 훨씬 더 가치가 있다는 말이다.

증권가에는 루머를 취합한 ‘찌라시’가 나돈다.

공개적 매체에서 쓰지도 못하는 것을 모은 사설정보지(찌라시)의 구독료는 한달에 개인은 50만원, 법인은 100만원 선 인 것으로 알려졌다.

찌라기 정보를 취합한 청와대 행정관 박관천이 가공한 동향보고서가 유출되어 세계일보 기자에게 건네졌다.

청와대 행정관이 작성한 동향보고서를 입수해 기사화할 때는 ‘6하원칙’ 검증을 해야하고, 기사에 등장하는 실명인사들의 반론권도 보장해야 한다.

청와대 행정관이 작성하면 곧바로 팩트가 된다는 것은 억지논리이다.

대기자 논객 조갑제는 “‘의혹’과 ‘의문’은 한 트럭분이 되어도 쓰레기이다. 한줄짜리 ‘사실’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청와대 근무 박관천 경정이 작성한 ‘정윤회 동향’ 문건의 이른바 ‘십상시(十常侍) 회동’ 정보는 팩트 확인이 생략된 증권가의 찌라시와 유사하다.

주요언론과 종편이 세계일보의 오보를 따라가는 선동적 보도를 10여일 넘게 쏟아내면서 ‘사실(팩트)’ 발굴 실패한 것은 취재력과 판단력이 부족했음을 드러낸 것에 다름 아니다.

청와대 공식 라인이 작성해 대통령 기록물로 등록되었다는 것을 내세워 언론자체의 사실확인을 생략하고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은 ‘비열하다’는 지탄을 받을 수 있다.

“대통령 문고리 권력 3인방과 전직 비서실장이 국정농단을 한 의혹이 있다”며 박 대통령의 15년 수족을 ‘짤라라’고 끊임없이 공격하는 것이 정도(正道)일까.

고금의 인사원칙으로 용인불의(用人不疑)·의인불용(疑人不用)이 제시된다.

쓰는 사람은 의심하지 않고, 의심이 가는 사람은 쓰지도 말라는 뜻이다.

‘인재 제일주의’ 이병철 삼성회장의 용인술이었다.

박 대통령이 15년간 데리고 쓰는 수족들을 ‘십상시 환관’으로 비하하면서 ‘짤라라’고 다그치는 것은 상식과 보편적 윤리에 어긋나는 망발이다.

비판에도 금도가 있다.

설득력 없는 비판은 ‘깡통’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죄 없는 사람을 내치고 조강지처(糟糠之妻)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것은 악덕(惡德)이다.

한국 주류언론과 종편이 ‘울림’이 없는 곡필(曲筆)·소음제작소가 되어서는 안된다.

유수원<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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