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한국 배우 최초 오스카 연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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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 한국 배우 최초 오스카 연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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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5.0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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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간으로 4월 26일 오전에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다양성을 확대하려는 할리우드의 긍정적인 변화가 엿보였다.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거머쥐는 등 그 어느 해보다 '사상 최초'의 기록이 많았다.
특히 아시안 물결이 계속됐다. 지난해 '기생충' 봉준호 감독의 존재감을 이어받을 주인공은 중국 출신인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이다. '노매드랜드'는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까지 주요 부문을 휩쓸며 3관왕 최다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자오는 영국·미국에서 10대 시절을 보내고 미국 대학에서 정치학·영화학을 전공한 39세의 여성 감독이다. 지난해 베네치아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이후 골든글로브상, BAFTA상, 미국프로듀서조합(PGA)상, 미국감독조합(DGA)상 등 주요 시상식에서 최고상을 휩쓴 터라 '노매드랜드'의 수상은 일찌감치 예견됐다.

이번 수상으로 아시아계 여성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트로피를 차지한 감독으로 이름을 남기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특히 감독상 수상은 아카데미 역사상 역대 두 번째 여성 감독의 수상으로 더욱 값진 의미를 더했다.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은 한국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번 오스카 수상으로 배우 윤여정은 전 세계 시상식과 영화제, 비평가협회에서 총 42개의 연기상 트로피를 휩쓸며 세계 영화계의 역사를 새로 썼다.

특히 미국 아카데미와 영국 아카데미에서 여우조연상을 석권한 아시아 최초의 배우로 등극하며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미국 아카데미에서 아시아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는 '사요나라'의 우메키 미요시(1958, 일본)이며, 영국 아카데미에서 아시아 최초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는 '간디'의 로히니 해탠가디(1983, 인도)로, 미국과 영국 아카데미를 석권한 배우는 아시아에선 윤여정이 유일하다.

개인상은 불발됐지만 '미나리'의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역시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미나리'는 아메리칸드림을 좇아 남부 아칸소주에 정착하려는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담으며 이민 가정이 겪게 되는 정체성의 혼란 등을 일상적이면서 담담하게 그려냈다. 미국 사회에서 주변부 인물을 조명하며 다양한 목소리를 냈다는 평가다. '미나리'에서 한국인 아버지를 연기한 스티븐 연과 '사운드 오브 메탈'의 리즈 아메드는 각각 한국계 미국인과 파키스탄계 영국인으로 첫 남우주연상 후보가 됐다. 영화 '더 파더'에서 치매 노인을 연기한 앤서니 홉킨스가 트로피를 꿰찼지만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이밖에 올해 한국 작품으론 유일하게 한국계 미국인 에릭 오 감독의 '오페라'가 최우수 단편애니메이션 부문에 올랐다.
이와 함께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의 흑인 배우 대니얼 컬루야가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다양성을 높였다. 영화계 관계자는 "2018년 아시아 갑부의 로맨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성공 이후 할리우드에서 아시아·한국에 주목하는 콘텐츠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며 "백인우월주의가 창궐했던 트럼프 시대에 대한 반감에다 다원주의라는 시대적 요청도 있기 때문에 아시아계와 흑인 등 유색인종에게도 대거 문이 열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70대 배우가 쓴 새역사…‘윤여정 신드롬’

1947년생, 만 74살인 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최고 권위 아카데미상을 거머쥐면서 중·장년층들 사이에서 '윤여정 신드롬'이 생길 조짐이다.
이미 직장에서 은퇴해 인생 재설계를 앞둔 이들에게 윤여정의 수상이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이들이 마주한 40년대생의 쾌거는 선한 영향력을 미친 가능성이 점쳐진다.
27일 문화예술계에 따르면 윤여정은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주최로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온 스테이션과 할리우드 돌비극장 등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한국 배우가 오스카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아시아계 수상은 제30회 시상식(1958년)에서 영화 '사요나라'로 여우조연상을 탄 일본 배우 고(故) 우메키 미요시 이후 63년 만이다.

윤여정의 수상이후 뉴시스가 만난 중·장년층들은 이번 수상에 가슴이 뭉클했다면서도, 새로운 도전에 대한 용기를 얻었다고 전했다.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모색하고 있는 이씨(64)는 윤여정에게 우선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우리같이 나이 많은 사람들에겐 윤여정의 수상이 큰 용기가 됐다"며 "감사하다는 표현을 쓰고 싶다"고 했다.
이어 "60대 중반에 들어선 사람들에겐 일자리도, 기대도, 희망도 없어지는게 일반적이었다"며 "윤여정의 수상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기대와 용기를 갖게 됐다"고 전했다.

이씨는 최근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위해 국가자격증 시험에도 응시해 합격했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도 용기를 내 다른 분야에도 과감히 도전해볼 것"이라고 했다.
최근 수묵화 등 동양화에 도전장을 내민 홍씨(58)는 "요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던데 이번 수상을 보면서 실감하게 됐다"며 "가슴이 뭉쿨했다"고 떠올렸다.
또 "직장에서 은퇴하더라도, 자신만의 목표가 있고 그에 따른 도전정신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용기를 얻게 됐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본인 역시 새로운 목표를 세워볼 생각"이라며 "희망을 잃지 않고 미나리처럼 꿋꿋하게 맡은바 충실하게 이행한다면 윤여정처럼 제대로 된 꽃을 피울 시기가 오지 않겠나 싶다"고 덧붙였다.
교직에서 은퇴한 후 농사를 짓고 있는 박씨(68)는 "주변에 친구들은 스스로를 '나이 들었다'는 소리를 한다"며 "보통 70대가 되면 노인 취급을 받는데 이제 이런 인식에서 벗어나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인생의 여정을 보면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다 똑같은데 나이가 뭐가 중요한가 싶다"며 "윤여정을 보면서 하루하루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용기를 얻었다"고 덧붙였다.
가정주부들에게도 여성 배우의 활약은 각별한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25년간 주부로 지낸 김모씨(56)는 "그 나이대에 미국에 가서 거침없는 영어 실력을 발휘하며 수상 소감을 밝힌 것을 보면서 참 멋졌다"며 "그녀를 보면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가슴이 뭉클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요즘 영어도 다시 배우고 있는데 새로 도전해볼 용기를 얻었다"고 전했다.
윤여정을 포함한 중·장년층의 스크린에서 활약은 점점 눈에 띄고 있다.

tvN 월화드라마 '나빌레라'에 출연 중인 배우 박인환(76)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젊은층과 여성들만의 영역으로 불린 발레를 일흔여섯의 나이로 도전하면서 화제가 됐던 그는 "'시작이라도 해보자'는 대사처럼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윤여정은 2030 여성 쇼핑 앱 '지그재그' 광고 모델로 발탁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윤여정은 광고 영상에서 "나한테 이런 역할이 들어왔다, 젊고 예쁜 애들도 많은데…", "이 광고 잘못 들어온 거 아니니, 자세히 알아봐 진짜인가"라고 말하며 젊은 여성들의 눈길을 끌었다. 윤여정만의 당당함을 녹여내 자신만의 개성을 찾아가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이처럼 최근 중장년층들은 나이의 장벽을 깨고 모델, 배우, 유튜버, 바리스타 등 활동 영역을 다양하게 넓히고 있는 추세다. 최근에는 60대 '시니어 모델'에 도전하는 중장년층도 증가하면서 2019년부터 전국 30여개 대학에 시니어 모델 관련 교육 과정이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나영 고려대학교 평생교육원 시니어 모델과정 교수(UNY COMPANY 대표)는 "요즘 시니어 시장이 넓어지고 있는 추세"라며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시대가 바뀌면서 평균 나이대가 40대 이상이기 때문에 40~60대가 광고 시장의 타겟이 되고 있고, 그들의 공감을 이끌 수 있는 부분을 찾다보니 시니어 모델들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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