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석 국회의원은 지역 유권자들의 불만을 외면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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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석 국회의원은 지역 유권자들의 불만을 외면하면 안된다”
  • 김종서 취재국장
  • 승인 2015.05.15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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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서 취재국장
정쟁(政爭)과 기득권 유지에 올인하는 금뺏지는 모조리 바꿔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영·호남을 넘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포항지역 주민 정서도 예외는 아니다. 고인물은 썩게 마련이고, 권력의 속성도 고인물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게 지역 주민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국민이 뽑아준 국회의원이 권력의 맛을 알면서 소임은 뒷전이고, 개인 영달에만 치우쳐 슈퍼 갑질 행세나 하는 수구적 사고를 가지고 있으면 비난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필자는 지역 국회의원 교체 지수가 높다는 정치 기사를 썼다가 모종의 압력을 받는 일을 겪었다.

지역 신문 K일보가 모 방송사와 여론조사 기관이 공동 조사한 내용을 보도한 ‘대구·경북지역 27개 지역구 현역 국회의원 중 포항 남·울릉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을 제외하고 교체 지수가 다 높다’는 내용을 본보가 인용, 풀어서 게재(4월 20일자 1면)한 적이 있었다.

이 보도에서 박명재 의원은 유일하게 교체 지수보다 의원직 유지 지수가 높게 나왔고, 포항 북구 이병석 의원 경우 교체 지수가 높다고 보도한 것이다.

이 보도를 보고 대구 선관위 직원 2명이 본사를 급히 찾아와 공직 선거법에 저촉된다며 조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박명재 의원은 유리한 기사인 반면 이병석 의원은 불리한 기사라며 조사 받기를 강력히 요구했다. 필자는 너무 황당하고 의아했으나 선관위 요청을 존중해 바로 조사에 응했다.

선관위는 조사한 내용을 신속히 검찰에 고발했고, 최근 필자는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

검찰에서도 선관위가 고발한 조사 내용을 보고 의아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 같았다.

선관위의 주장은 이랬다.

여론조사 세부 내용에서 교체지수가 높은 이병석 의원 지역구인 포항 북구와 ‘김재원 의원 지역구인 청송, 군위, 의성’을 포함한 여론 조사 내용을 청송 지역 등을 빼고 보도한 것이 문제라고 했다.

필자가 고의적으로 청송·군위·의성 지역을 뺀 게 아니고 K일보 보도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선관위 직원들은 조사 과정에서 “이병석 의원과 평소 감정이 좋지 않느냐”·“박명재 의원과 박승호 전 포항시장과 친하냐, 혹시 그들의 사주를 받아 보도한 게 아니냐”라는 황당한 유도 심문도 했다.

필자는 그저 황당했다. 필자가 “먼저 보도한 K일보는 왜 조사를 하지 않느냐”고 따지자 “그건 자신들은 잘 모르고 윗선에서 시켜 조사하는 것”이라만 말했다.

따져보면 포항 북구와 청송·군위·의성은 포항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지역이다. 설상 여론 조사기관에서 그 지역들을 포함한 조사라 해도 포항 북구가 국회의원 교체 지수가 높게 나왔던 여론 조사 임에는 틀림없는 게 아닌가.

피해 의식을 느낀측이 문제를 삼으려면 여론 조사 기관이나 K일보를 먼저 고발해야 옳았다.

그래서 선관위가 권력의 시녀 역할을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필자는 검찰 조사 전날 이병석 의원측 요청에 의해 시내 모처에서 저녁 식사하는 자리에 나가게 됐다.

그 자리에서 이 의원은 “경북제일신보를 선관위에 고발한 사실도 없고, 선관위 스스로 조사하는 것이지 자신은 무관하다”고 적극 해명 했으나 믿음이 안갔다.

필자는 이미 선관위에 조사를 받으면서 고발자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국회의원이 권력을 이용해 사실 보도를 한 언론에 자신의 정치 행보에 반한 보도를 했다하여 은밀하게 재갈을 물리려드는 행위를 시도했다면 그것은 권력 남용이고, 권위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스스로 드러낸 꼴이다.

알권리 제공에 충실했던 지역 언론에 부담을 주기 위해 국회의원이 나섰다면 지역 유권자들은 그를 어떻게 평가할까?

이병석 의원은 4선 의원이다. 국회부의장도 역임했다. 만약 5선에 성공하면 가문의 영광인 대한민국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이 될 수 있다는 원대한 꿈도 꿀 수 있다.

그러나 공인이 자신을 향한 비판을 수용하기를 거부한다면 원대한 꿈의 도약은 불가능해 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선거에서 상대보다 단 한표라도 더 얻으면 당선은 된다. 하지만 당선되는 게 문제가 아니다. 포항 북구는 시 전체 인구의 반쪽인 26만명에 불과하다. 그 지역구 주민 통합조차 이끌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입법부 수장이 될 수 없는 결정적 흠결 요소가 안 되겠나.

이제는 지역 유권자들도 꼼수 쓰는 정치인들의 노림수를 다 들여다보는 높은 안목을 가졌다.

선거 때마다 온갖 감언이설로 개인의 기득권 유지에 올인했던 구태한 정치꾼들의 술수에 진저리를 느끼고 속지 않을 것이다.

정치인들이 유권자를 봉으로 취급하려 들면 큰 착각이다.

자신을 왜 비난하는 것인지 본인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면 능력 부재를 드러내는 것이다.

이 의원은 지금 KTX 유치에 너무 고무돼 안주할 때가 아니다. 지역 경제가 얼마나 어렵고 심각한지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이러한 가운데 이 의원 자신이 아무리 깨끗하다고 주장해도 포스코를 망가뜨린 이상득 전 의원과 그의 측근들의 호가호위를 불구경 하듯이 방관한 책임은 벗어나기 어렵다.

그들이 포스코 경영에 불법 개입해 이권 챙기기가 한창일 때 이 의원은 뒷전에서 뭘 하고 있었느냐고 반문하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눈귀를 닫고 있었던 것인지, 알고도 방치한 것인지, 측근들이 함께 놀아나 어쩔 수 없었던 것인지 지역민들은 그런 과오를 따지며 심판하려는 것이다.

그날 이 의원은 필자에게 이런저런 해명을 늘어놓았으나 가슴에 와닿지 않았다.

아무튼 바른 사고를 가진 정치인은 정직하다. 그러나 개인 출세욕에 찌든 정치인은 말의 성찬을 벌이고, 선거 때만 유권자를 상전으로 모시고 겉다르고 속다른 이중적 행보를 보인다.

혹시 이병석 의원은 지역 유권자들에게 후자로 보이지는 않는 것인지 낮은 자세로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때다. 바른말하는 지역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들지 말고 자신을 비판하는 지역민들의 충고와 고언을 겸허히 받아들일 줄 아는 대인(大人)의 금도를 보여야 공인의 도리다.

포항지역 경제가 휘청거리고 바닥 민심이 흉흉한 것은 이 의원을 포함한 위정자들의 잘못이 크다는 사실을 깊이 인정하고 받아들어야 한다.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215개에 달하는 ‘알토란’ 같은 특혜 특권을 유권자들의 성원 속에 누려야 덜 미안스럽지 않겠나.

이 의원은 지금이라도 4선의원답게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애민(愛民)하는 정치인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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