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공포증’ 떨치고 일상생활로 복귀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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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공포증’ 떨치고 일상생활로 복귀 준비해야”
  • 김종서 취재국장
  • 승인 2015.06.20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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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서 취재국장

어느 사회에서나 재난은 발생한다.

그러나 재난에 대처하는 방식은 차이가 있어 후유증의 크고 적음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16일(현지 시각) 독일 보건당국은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로 여행을 갔다가 메르스에 감염된 65세 독일인 남성이 합병증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독일 현지 언론은 이 남성과 접촉한 사람 200명 이상을 검사한 결과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아 아직까지 메르스 확산 우려는 없다고 전했다.

독일시민들은 보건 당국의 발표를 믿고 확산 공포를 느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中東)의 낙타가 한국의료의 맹점만 골라 뚫고 갔다”는 비유가 나오는 한국의 메르스는 지난 19일 현재(질병관리본부 집계) 확진환자 166명, 격리 5930명, 격리 해제 7909명, 퇴원 17명, 사망 24명으로 집계됐다.

사망 환자의 80% 이상이 천식, 고혈압, 암 등의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신규 환자가 한자릿수에 그치고 있어 메르스 확산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7일 ‘메르스 긴급 위원회’를 개최한 세계보건기구(WHO)는 “한국의 메르스 사태가 지역사회 감염으로 나타나지 않았다”며 “여행이나 교역 금지 조처가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세계보건기구는 “한국의 응급실과 입원실이 붐비고 가족들이 간호하고 지인들이 문병하는 세계보건기구는 ‘병원밖 감염은 없다’는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감염내과 교수들은 “잠재적 슈퍼 전파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어 위기가 남아있다”며 경계론을 편다.

메르스가 확산된 큰 이유는 보건 당국의 비효율적인 대응이었지만, 일반 국민의 감염병에 대한 부족한 시민 의식도 큰 문제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메르스 예방과 치료 자세를 가지는 게 긴요하다.

경주에 거주하는 포항기계고등학교 A 교사는 ‘메르스 진원지’였던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다녀온 사실을 감추고 태연히 학교수업을 진행하는 등 일상 생활을 하다가 결국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 12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A 씨는 지난달 27일과 31일 아들 치료차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3시간 가량 머물렀다 한다.

이후 A 씨는 경주와 포항의 동네의원 4곳을 방문했고, 학교에서도 5일동안 정상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쳤다는 것이다.

A 씨는 지난 7일에서야 아들의 메르스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방문한 경주시보건소 직원의 조사 과정에서 고열증상을 보여 동국대 경주병원에 격리 조치됐다.

메르스에 감염된 대구 남구청 공무원인 K 씨의 황당한 행보도 충격적이었다.

지난달 27일, 28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과 현대아산병원 응급실을 거쳤던 K 씨는 증상을 느끼지 않자 당국에 신고 조차 하지 않았다.

그 이후 정상적인 민원 업무는 물론 퇴근 후 회식자리에도 버젓이 참석해 동료들과 술잔을 나눴다.

이에 대해 지난 16일 권영진 대구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수많은 공직자와 의료진들이 메르스 퇴치를 위한 힘든 노력을 하고 있는데 위험 병원 응급실을 방문하고도 신고조차 하지 않은 공직자가 있다는 사실에 시장으로서 참담하고 죄송한 마음 감출 길이 없다”고 사과했다.

자가 격리 중인 사람들의 협조가 더욱 중요해졌다.

보건당국이 일일이 점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자가격리대상자들은 불편을 감수하고, 더 적극적으로 보건당국의 지침에 따르는 등 고통 분담에 동참해야 한다.

포항시도 메르스 확산 방지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자택격리 138명과 능동 감시 113명 등 총 251명을 관리 대상자로 분류하고 1대1 관찰·감시를 펼쳐오고 있다.

포항시는 행정력을 총동원해 메르스 청정 지역 사수(死守)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으나 지역 경기 ‘메르스 직격탄’을 맞았다.

전국 최대의 수산물 재래 시장인 죽도시장 회센터 등에는 외지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

하루 평균 20여대씩 찾아오던 외지 관광버스들이 자취를 감췄다.

포항운하 크루즈선도 개장휴업 상태에 빠졌다.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이 급감하고 있어 울릉주민들이 크게 낙심하고 있다.

메르스가 발병한 이달 초부터 선편 예약 취소율이 30%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릉군은 앞으로 예약 취소와 여행자제 분위기까지 합쳐져 메르스 여파로 관광객이 40% 정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주요 외신들은 “메르스에 대한 공포가 한국의 내수경제 침체를 부추기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AP 통신들은 “WHO(세계보건기구)가 메르스 병원밖 감염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한국인들의 공공장소 기피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WHO와 감염내과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감염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지나친 ‘메르스 공포증’을 떨치고 일상으로, 기본으로 복귀할 준비를 하는 것이 시급해졌다.

이제 시민들은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방역 당국과 병원들을 성원하며 미루었던 야외 활동을 재개하고 내수 경제를 되살리는 노력을 예비하는 것이 타당하다.

‘메르스 공포증’을 이겨내야 지역 경제와 나라 경제를 살릴 수 있다.

종편에 출현하는 ‘시사연예인’들이 중구난방·헛소리를 남발하면서 부채질하는 ‘공포’에 휘둘리지 말고 WHO·질병대책본부의 발표를 신뢰해야 한다.

선진국 국민들은 메르스로 우왕좌왕하는 우리 국민과 다른 높은 의식 수준과 문화를 실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명이상 병원 병문안 허용이 안되고, 장례식장 출입자까지 만약을 대비해 일일이 인적 사항을 다 기록하는 문화가 벌써부터 정착돼 있다 한다.

우리도 차제에 선진 문화를 받아들이는 의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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