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신화’도 앓은 우울증…“처방 완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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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신화’도 앓은 우울증…“처방 완화” 목소리
  • 김희영
  • 승인 2022.03.1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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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0년째 전체 의사 96% 항우울제 처방 규제
규제 9년후 자살률 130% 증가…주원인은 우울증
우울증 치료율 높여야 'OECD 1위' 자살률 낮아져
신경정신의학회 "규제 완화 반대…전문진료 중요"

국내 게임 산업의 부흥을 이끈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이사가 우울증 악화로 세상을 등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료계에서 20년째 이어져온 해묵은 논란거리인 '항우울제(SSRI) 처방 제한 완화' 문제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내과, 가정의학과, 신경과,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자유롭게 치료받을 환자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인 한국의 자살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세계 최저 수준인 우울증 치료율을 높이려면 항우울제 처방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20023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의사의 항우울제 처방을 60일로 제한한다고 고시했다.

대한신경과학회 홍승봉 이사장은 "우울증은 자살의 가장 흔한 원인인데, 정부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항우울제 처방을 제한하는 규제를 만들어 전체 의사의 96%인 비정신과 의사들이 20년째 항우울제를 처방하지 못하게 했다"면서 "그 결과 한국의 항우울제 사용량은 10년 이상 OECD 국가 중 최저"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의 'OECD 보건통계 2020'에 따르면 국내 인구 1000명당 하루 항우울제 처방량은 21.0 DID, OECD 평균(64.3 DID)3분의1 수준이다. 같은 해 OECD 국가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우울증 유병률은 36.8%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높았고, 자살률 역시 OECD 국가 중 1위다.

항우울제 처방 제한을 완화할 것을 요구하는 의사들은 한국의 낮은 우울증 치료율이 높은 자살률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홍 이사장은 "항우울제 처방 제한으로 초래된 세계 최저 수준인 우울증 치료율을 높이지 않으면 한국의 자살률은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 유럽과 같은 50%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국내 자살률 통계에 따르면 20016911명이던 자살자 수는 20023월 항우울제 처방을 제한하는 고시가 발표된 지 9년 후인 201115906명으로 무려 130% 증가했다. 2017년 미국 정신건강청(SAMHSA)에 따르면 중증도 이상 우울증 환자 치료율은 미국이 66.3%인 비해 한국은 11.2%로 세계에서 가장 낮다.

홍 이사장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도 항우울제 처방을 제한하는 것은 의학적 근거도 없고 타당성도 없다고 판단해 규제를 완화키로 결정했다"면서 "한국도 다른 나라처럼 모든 의사들이 우울증을 치료하고 자살 예방에 나설 수 있도록 복지부는 심평원의 합의안을 승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5196달러인 한국에서는 의사의 96%인 비정신과 의사들이 항우울제를 처방할 수 없는 반면 3900달러인 인도네시아, 2800달러인 베트남, 1190달러인 파키스탄, 797달러인 르완다에서는 모든 의사가 항우울제를 처방할 수 있다는 게 홍 이사장의 설명이다.

반면 정신과 의사들은 우울증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으려면 정신과에서 진료를 받고 항우울제를 처방 받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관계자는 "우울증은 반드시 전문적인 진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이라면서 "단순한 약물 처방 만으로 효과를 끌어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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