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현장 찾아 장화 신고 직접 침수피해 현장 점검
포항의료원 장례식장 찾아 유가족 위로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 역대 강우량 9위를 기록한 태풍 '힌남노'로 큰 피해를 입은 포항시와 경주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정부는 이날 재난지원에 필요한 예비비를 즉각 편성하기로 했다.
포항지역을 휩쓸고간 역대급 태풍이 지나간 지 하루 만에 신속한 결정이라 더욱 관심을 끈다.
7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은 태풍 '힌남노'로 큰 피해를 입은 포항을 찾아 수색구조와 현장을 면밀히 살폈다.
이날 이상민 행안부 장관, 이영 중기부장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강덕 포항시장 등과 이곳을 찾은 윤 대통령은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주민들과 인사하며 "힘을 내세요. 저희도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또 한 어린이에게는 "엘리베이터 없이 움직이려니 힘들지"라고 공감을 표하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주민들은 윤 대통령에 "대피할 곳 마련해주세요" "주민들 물도 전기도 안 나오는데 머무를 곳 마련해주세요" "화장실 쓸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며 시민들이 요청했다.
이후 사건이 발생한 지하주차장 인근에서 사건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지금 물이 어느 정도 빠졌나요" "(아파트 단지) 입구가 어디인가요" 묻는 등 조사와 수색의 진행 정도를 확인했다.
브리핑 종료 후 자리를 이동하다 간이 천막에서 대기 중인 의용소방대원, 소방관, 해병대 장병들을 만난 윤 대통령은 "고생이 많다"며 한 명씩 손을 잡기도 했다.
당초 윤 대통령은 우방신세계타운 1차 아파트를 둘러보고 자리를 뜨려고 했으나 2차 아파트 주민들이 "2차가 피해가 더 크다" "2차도 와달라"고 요청하자 윤 대통령은 이들과 함께 2차 아파트의 주차장을 더 둘러봤다.
윤 대통령은 현장 시찰을 마친 뒤 "서울 올라가면 특별재난구역 선포를 바로 할 거다. 오늘 바로 할 겁니다"라며 "1차 (아파트를) 먼저 간 건 거기가 사망자가 더 많이 나와서 먼저 가서 뵌 것 뿐"이라고 말했다.
또 "현장 확인을 해보고, 듣기만 할 게 아니라 눈으로 보고 할 거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거듭 말했다.
윤 대통령은 "포항시에 지원을 많이 하고 한국전력공사에도 이야기하겠다.시민들도이강덕 포항시장을 많이 도와달라"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어 오천시장을 방문해 해병대 장병들과 함께 피해 복구 작업에 동참했다. 또 침수 피해로 눈물을 보인 상인을 안고 위로하기도 했다.
또 한미 해병대 장병들과 폐 의자를 함께 들어 옮기는 등 잠시 일손을 보태 눈길을 끌기도 했다.
대통령은 이날 포항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희생자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윤 대통령은 오열하는 가족들의 손을 잡고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며 "8분 만에 지하 주차장으로 물이 차올랐다고 들었다. 이런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제가 더 철저하게 챙기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진행된 약식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역대급 태풍이 지나갔다. 국민들께서 많이 협조해준 덕분에 비슷한 규모의 과거 전례에 비춰 그나마 많은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그렇지만 마지막 빠져나가는 포항에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침수된 차량을 꺼내오기 위해 주민들이 들어갔다가 이런 참사를 겪게 돼 대통령으로서 밤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젯밤 기적적으로 두 분이 구출돼 생명의 위대함과 경의를 다시 한번 느꼈다"며 "국무회의를 마치고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포항에 가볼 예정"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특별재난지역 선포 여부에 관해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피해조사와 절차가 필요하지만, 포항은 일견 보더라도 선포가 가능한 지역으로 판단된다"며 "최대한 빨리 절차 밟아서 선포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재난지원에 필요한 특별교부금 같은 것은 오늘 가서 보고 즉각적으로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당부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신속한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해 민관군이 함께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며 “이번 태풍의 상처가 빠르게 잘 아물수 있도록 정부와 힘을 합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힌남노로 인한 집중 호우로 완전히 침수됐던 포항시 남구의 우방신세계타운 1·2차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7일 오후 2시까지 실종자 총 9명이 발견됐다.
이 가운데 2명은 생존한 채로 구조됐고, 사망자는 7명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