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개정안' 노란봉투법 논란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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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법 개정안' 노란봉투법 논란 재점화
  • 김윤희 기자
  • 승인 2022.09.18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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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손해배상 계기 첫 발의…상임위 문턱 못 넘고 폐기
대우조선해양 470억 손배로 다시 떠올라…법안 8개 발의
하청·특고도 '손배 면책' 보호받게…'근로·사용자' 개념 확장
경영계 촉각…"불법쟁의행위까지 면책, 재산권 침해" 우려
김형수 대우조선해양 거제통영고성지회 지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발의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파업한 노동자나 노동조합에 대한 회사의 손배가압류를 제한하는 법이다.
김형수 대우조선해양 거제통영고성지회 지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발의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파업한 노동자나 노동조합에 대한 회사의 손배가압류를 제한하는 법이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사태를 계기로 노조 상대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의 노동조합법 개정 움직임이 다시 일고 있다. 이번에는 과반 의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의사를 밝혀 소위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이번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8일 국회와 노동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은 쌍용자동차 파업 노동자에 대한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계기로 19대 국회 때 처음 발의됐다. 당시 손배액 모금 운동을 제안한 시민이 성금을 노란봉투에 담아 보낸 것에서 법안 이름이 유래됐다. 이후에도 입법 시도는 계속 있었으나 소관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다시 노란봉투법을 국회로 소환한 것은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5명이 받은 47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서다. 회사는 이들이 지난 6~7월 조선소 도크(선박 건조장)에서 점거농성을 벌여 작업이 지연된 대가로 거액을 청구했다. 하청 노조는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조선업 불황기 삭감 임금 정상화 교섭에 응하지 않자 파업에 나선 것인데, 현행 노조법에 따르면 이런 파업도 불법이라 손배 책임 면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유가 폭등 속 운임료 인상을 요구하며 6개월 간 파업을 벌인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의 파업도 손해배상으로 돌아왔다. 하이트진로 물류 위탁 운송사인 수양물류는 파업이 장기화되자 교섭에 응했지만, 업무에 복귀하면 책임을 묻지 않겠다며 손배 소송을 압박 수단으로 활용했다. 화물 기사들은 본사 옥상 점거농성 중 28억원 손배 청구를 받았고 일부 조합원은 가압류를 당하기도 했다. 결국 지부는 지난 9일 손배·가압류 철회 조건으로 사측과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이 때문에 최근에 발의된 노란봉투법들은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하청·특고 노동자의 단체교섭 등을 합법의 영역으로 끌어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조법 3조에 손배 청구 제한 규정이 있지만 합법 쟁의의 범위가 협소해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8건의 노란봉투법 가운데 발의 참여자가 가장 많은 이은주 정의당 의원의 개정안을 보면, '근로자'와 '사용자', '노동쟁의 대상'의 개념을 확장한 것이 눈에 띈다. 노조법 2조의 근로자를 "노무를 제공하고 해당 사업주 또는 노무수령자로부터 대가를 받아 생활하는 사람, 그밖에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규정해 특수고용노동자를 근로자에 포함시키고, 사용자를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이나 수행업무에 대해 사실상의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로 정의해 원청에 사용자성을 부여했다. 노동쟁의 대상 역시 "근로조건 및 노동관계 당사자 사이의 주장 불일치로 발생한 분쟁상태"로 넓혔다.

노조법이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 영향력을 기준으로 사용자를 판단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은 이달 초 발의된 민주당 강민정·양경숙 의원 법안에서도 확인된다. 기존의 노란봉투법이 폭력이나 파괴 등 직접 손해를 제외한 노조의 정당한 단체교섭, 쟁의행위에 대해 손배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면, 최근 노란봉투법은 노사관계 틀의 변화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간접고용과 특수고용이 확대됨에 따라 노사관계를 규율하는 법도 진화해야 하며, 이를 통해 헌법상 노동 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계도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국회 논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민주당과 정의당의 의석수가 172석에 달해 여당 참여 없이도 법안 처리가 가능한 구조라서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 14일 전해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직접 찾아 "노란봉투법은 불법쟁의행위까지 면책하며 헌법상 기본권인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우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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