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미지급 급증…격전지 된 ‘백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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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미지급 급증…격전지 된 ‘백내장’
  • 최영준 기자
  • 승인 2023.04.1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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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실손보험금 미지급 피해구제 3건 중 1건이 백내장 수술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손보업계와 소비자간에 첨예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손보사들의 심사 강화로 인한 보험금 미지급에 불만을 제기하는 반면 손보사들은 병원의 과잉진료로 인한 실손보험의 누수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대형 손보사들의 지난해 분쟁조정 신청건수는 2만8004건으로 전년(2만2338건)대비 25.36% 증가했다. 회사별로는 삼성화재가 5408건으로 가장 많은 횟수를 차지했다. 이후 DB손보와 현대해상이 4972, 4462건을 기록했으며 메리츠화재와 KB손보는 3881건과 3615건으로 뒤를 이었다. 분쟁조정 신청이 늘어난 원인으로는 실손보험을 두고 보험사와 소비자들의 충돌이 늘어난 점이 꼽힌다. 

지난해 손보사들의 실손보험금 지급액은 10조9300억원으로 지난 2019년에 8조7531억원으로 집계된 후 3년만에 25%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손보사들이 실손보험의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 대응하는 과정에서 민원 증가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 중 백내장 수술과 얽힌 분쟁은 지난해부터 심화돼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실손보험금 미지급 관련 피해구제 신청 건수를 보면 총 구제신청 452건 중 151건이 백내장 수술과 관련된 내용이다. 평균 미지급액은 약 961만원이다. 

응답자들은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이유로 '수술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거나'(67.6%), '입원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23.8%) 를 들었다. 특히 백내장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지난 2020년 6건, 2021년 5건을 기록해 한 자릿수대에 그쳤지만 지난해 140건으로 약 30배까지 폭증했다. 

지난해 6월 대법원이 "백내장 수술을 일괄적으로 입원치료라고 여길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이후 손보사들이 지급 기준 강화에 나서면서 맞물려 증가한 것이다. 당시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환자가 백내장 수술로 입·퇴원 확인서를 발급받아도 반드시 입원 치료로 인정하는 것이 아닌 치료 여건을 감안해 개별 확인해야 한다고 봤다. 

손보사들 역시 지난해 지급 기준을 강화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이들의 의료자문 시행 건수 역시 총 5만84건으로 지난 2021년( 3만8335건)대비 약 35.8% 늘었다. 때문에 소비자와 손보사들 사이에 갈등은 격화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실손보험 소비자권리찾기 시민연대(실소연)는 공동소송인단을 모집해 10개 보험사를 상대로 백내장수술 관련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금감원에 접수된 분쟁 신청 후 소제기(분쟁 조정 이후 결과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횟수는 지난 2021년 30건에서 지난해 87건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다만 손보업계 역시 "이유있는 미지급"이라는 입장이다. 그간 백내장 수술은 병원의 과잉진료 등의 이유로 실손보험금 누수의 대표적인 '주범'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백내장수술 보험금 수령액 상위 14개 안과가 지난해 1분기에만 600억원을 지급받아 평균 42억8000만원을 타갔다. 이는 당시 전체 안과 보험금 수령액의 23.9%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타 안과의 수령액인 1억7000만원 대비 25배나 많은 금액이다.

이와 관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6월  '금감원장-보험사 CEO 간담회'에서  "실손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당한 보험금을 청구하는 선량한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의료자문 풀(Pool)에 대한 공정성 확보 등 보험금 지급심사 과정에 대한 소비자 보호를 위한 현안도 계속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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