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된 법광사지의 보존실태에 관하여 언급하고 앞으로의 복원정비에 필요한 방안을 제시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법광사지는 신광면 상읍리에 위치한 사찰로서, 신라 왕족인 김균정의 발원에 의해 창건되고 그의 아들인 신무왕과 손자인 흥덕왕에 의해 번창한 왕실원찰입니다.
창건 배경에는 왕족간의 피비린내 나는 사투 끝에 왕위를 차지한 김균정 일가의 이야기가 전해지며, 그를 추모하기 위해 828년 그의 손자인 흥덕왕이 삼층석탑을 세운 기록이 전해집니다.
포항시에서 추진한 2010년부터 2022년까지 9차례의 발굴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일신라 창건기 사찰에 해당되는 금당 건물의 기단 구조가 나타났고, 녹유전이라 불리는 유리질의 녹색 유약을 바른 벽돌 바닥이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금당 건물 하부에는 대형 석불이 머리가 없는 상태로 두 조각으로 나뉜채 출토되었는데, 대좌를 포함한 전체 높이는 460cm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과거 문헌에 따르면 이 사찰은 525칸이나 되는 건물이 즐비한 대규모 사찰로서, 그 규모는 경주의 불국사와 맞먹는다고 전해집니다. 더불어 녹유전을 제작하는 기술은 당시에는 구현하기 어려운 신기술로서 왕실 사찰에 납품하는 자재인 만큼 매우 정교하게 가공되었습니다.
대형 불상도 크기 면에서 석굴암 불상보다는 작지만 신라 왕경인 경주 지역의 다른 불상과 비교해 보아도 매우 큰 불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법광사지는 왕에 의해서 건립 및 운영되었던 왕실 사찰이자, 통일신라 수도인 경주에서도 찾기 힘든 드넓은 규모와 고급스러운 장식물로 가득한 일약 명품 사찰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과거의 영광이 무색하게 모든 건물이 불에 타 소멸되고, 대형 석불은 조각나고, 건물의 주춧돌이 아무렇지 않게 현장에 방치되어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우리 포항시는 법광사지라는 귀중한 문화유산을 어떤 방식으로 시민들에게 공개하여 소중한 가치를 알려줄 수 있을 지 고민해야 합니다. 덧붙여서, 법광사지를 비롯하여 포항시에 소재한 귀중한 문화유산을 지금까지의 방치된 상태에서 벗어나 시민들 품으로 되돌리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시기입니다.
1989년 신광에서 발견된 냉수리비와 2009년에 흥해에서 발견된 중성리비는 사소한 재산 분쟁에 관한 사안이 왕과 6부 조직이 회의를 통해 판결된 사실을 보여주는 자료로써, 신라라는 국가가 본격적으로 중앙집권 체제를 정비하고 나라로써의 기틀을 확립하였다는 걸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입니다.
이처럼 지금으로부터 1500년전의 신라라는 국가가 왕권의 기틀을 잡고 성장하여 삼국 통일을 이루고 한반도만의 독창적인 문화를 꽃피웠으며, 이러한 배경이 된 장소가 이 곳 포항이라는 사실을 많은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그 첫걸음으로 통일신라 왕실원찰 ‘법광사지’의 정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올해 문화예술과에서 추진하는 ‘법광사지 종합 학술대회’는 2010년부터 지금까지의 발굴조사 성과에 대한 발표와 함께 향후 복원정비에 필요한 폭넓은 토론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번 학술대회에 대하여 문화재청과 전국의 문화재 관련 전문가들이 열띤 관심과 성원을 보내고 있으며, 저명한 역사・고고학 교수를 섭외하여 격조 높은 발표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법광사지 종합 학술대회’가 우리 포항시의 역사 정체성을 되새겨보는 중요한 자리인 만큼 다채롭고 흥미로운 주제, 특히 사리유물이 온전히 보존되어 있는 삼층석탑과 왕실 사찰로서의 가치를 증명하는 ‘진전사원’에 대하여 역사적 가치를 규명할 수 있는 다양한 발표가 진행되도록 본 학술대회에 대한 아낌없는 예산 지원을 건의합니다.
문화유산은 우리 포항이 보존하고 활용해야 할 훌륭한 미래먹거리입니다. 철강산업, 2차전지 못지않게 ‘법광사지’가 포항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법광사지 복원정비사업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