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로운 ‘배려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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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로운 ‘배려심’
  • 유수원 편집인
  • 승인 2017.10.2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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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강원도 철원의 군사격장 인근에서 전투진지 공사작업을 마치고 귀대하던 이모 상병이 피격 사망했다.

군당국은 사고 직후 이상병의 사망 원인을 도비탄(蹈飛彈:발사된 탄환이 딱딱한 물체에 부딪쳐 튕겨 나간 탄환)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 발표했다.

유족·전역병사·네티즌들의 의문제기에 송영무 국방장관이 특별수사를 지시해 사망원인을 바로 잡았다.

군당국은 사망 원인이 도비탄이 아니라 조준을 빗나간 직격탄, 즉 유탄(流彈)이라는 것으로 수정 발표했다.

피격사망한 이상병의 아버지 이모씨(50)는 “빗나간 탄환을 어느 병사가 쐈는지를 밝히거나 처벌하는 것을 절대 원하지 않는다”·“총을 쏜 병사가 큰 자책감과 부담감을 안고 살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 병사도 어떤 부모의 소중한 자식일텐데 그분들에게 아픔을 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들의 억울한 죽음 앞에서도 타인을 배려하는 유족들의 숭고한 정신은 구본무 LG회장을 감동시켰다.

구회장은 이상병 유가족에게 사재(私財)로 위로금 1억원을 전달했다.

구회장은 “큰 슬픔 속에서도 사격훈련을 하던 병사가 지니게 될 상당한 심적타격과 상대방 부모의 마음까지 헤아린 사려 깊은 뜻에 매우 감동을 받았다”며 “그 분의 깊은 배려심과 의로운 마음을 우리사회게 함께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사재 1억원 전달취지를 밝혔다.

▲‘목소리 크고 떼를 쓰는 사람이 이득을 본다’는 떼법이 횡행하는 ‘막가는 세상’을 자주 목도(目睹)하지만 ‘배려와 품격’이 빛나는 ‘옛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어 ‘희망’을 가지게 한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대지>의 작가 펄벅(1892~1973)은 한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살아있는 갈대>를 집필할만큼 한국과의 인연이 깊다.

1960년 우리나라를 처음 방문해 경주의 시골길을 지나가다가 ‘배려심 깊은 농부’를 지켜보고 ‘한국의 위대함’을 곧바로 느꼈다고 토로했다.

황혼녁 경주 시골길에 한 농부가 소달구지를 끌고가고 있었다. 달구지에는 가벼운 짚단이 몇 개 실려있었고, 달구지를 끌고가는 농부는 따로 짚단을 얹은 지게를 지고 있었다.

펄벅은 통역을 통해 물었다.“왜 소달구지에 짚단을 싣지 않고 힘들게 따로 지고 갑니까” 농부는 “소도 하루종일 힘든 일을 했으니 서로 짐을 나누어져야 하지요”라고 대답했다.

큰 감동에 사로잡힌 펄벅은 “나는 저 장면 하나로 한국에서 보고 싶은 것을 다 보았습니다”고 고백했다.

▲‘말 못하는 농꾼’ 소까지 배려했던 심성과 품격을 되찾아 의로운 마음과 깊은 배려심이 넘쳐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떼법과 선동이 판치는 ‘일그러진 사회’는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의 본래의 모습이 아니다.

선동으로 권력을 탈취하는 ‘야만’은 청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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