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거리’조성 접고 ‘문성리’를 활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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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거리’조성 접고 ‘문성리’를 활용해야
  • 김종서
  • 승인 2009.12.1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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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가 남구 구룡포에 일본인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계획 아래 330억원의 예산을 들여 일본인 테마거리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인 주택 10여채를 복원한데 이어 등록 문화재로 지정을 신청하기도 했다.
문화재청은 개화기 이후 해방 전후의 근대사에서 그 지역의 역사, 문화적 배경이 되는 상징적이거나 기념비적 건축물 또는 시설물을 ‘등록 문화재’로 지정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 2005년 6월 전북 군산 시내의 일본식 가옥 등 3건의 근대 건조물을 ‘등록문화재’로 지정했다. 군산은 일제강점기 호남의 쌀을 일본으로 내보내는 전국 최대의 미곡 반출 항구로 개발되어 반짝 영화를 누린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로 개항 110년을 맞은 군산의 과거 영화는 일제 수탈의 증거 그 자체였다. 아직도 적산가옥(일본인 가옥)들이 곳곳에 남아 있어 세월이 그대로 멈춘 듯한 낡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개발 바람이 비껴가고 남은 근대 유산들이 일제 드라마 세트장처럼 과거의 모습을 전해주고 있다. 군산의 일본인 가옥들은 ‘장군의 아들’·‘바람의 파이터’등 많은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했었다.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을 수탈했던 일본인 가옥과 농장 건물 등 침탈의 상징들이 문화재로 등록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현재 진행형으로 제기되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한 국가의 역사는 밝은 부분이 있는 반면, 어두운 그늘도 있는 법인데 어두운 역사를 지우는 것으로 잊으려한다면 역사의 교훈을 얻는 기회를 스스로 내팽개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역사의 현장’을 문화재로 보존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일제의 수탈사(史)를 상징하는 시설이나 가옥까지도 문화재로 지정해 놓는 것은 우리사회의 과거사 바로잡기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역설한다.
작년 10월 문화재청 국정 감사에서 장세환의원(전주 완산을)은 “수탈의 역사 교육용 자료 또는 생활상 확인을 위해 보존의 가치 정도까지는 인정될 수 있으나 이를 굳이 문화재로 까지 등록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정의원은 “문화재는 후손들에게 역사를 알리고 그 지역 사회·시대적 배경과 생활상을 알리는 중요한 표상”이라면서 “문화재 지정 사유는 국민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 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항시는 구룡포의 일본인 가옥을 복원해 문화재 등록을 신청한데 이어 일제 강점기 일본인거리를 새롭게 조성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포항에는 군산처럼 근대 문화 유산으로 평가 받을 만큼 가치가 있는 곳이라 말 할 수 있을까?

그래도 군산에는 내항(內港)을 중심으로 붉은 벽돌의 서양 고전주의 양식에 따라지은 구(?)조선 은행 군산지점, 구 군산세관 건물, 3천t급 기선 6척이 댈 수 있었던 부잔교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인 지주들이 살았던 동네에는 가옥과 관사·절 등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한다.
군산시는 개화기부터 한국 전쟁 전후까지 만들어진 근대 문화 유산을 보존하고 활용해 핵심관광자원으로 개발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 유산이 가장 잘 보존된 군산에 일본인 관광객들이 쇄도하고 있다는 ‘굿 뉴스’는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포항시가 일본인들이 살던 가옥 10채 정도를 놓고 330억원이란 거액의 예산을 투자해 ‘일본인 거리’를 조성한다는 것이 과연 타당한 투자로 보는가. 게다가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는 있는 것인가.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은 관광객들의 주류는 아줌마들이다.

그들은 좋아하는 한류 스타들의 이벤트에 참가하거나 쇼핑 관광을 즐긴다. 개인 기호에 따라 미용·성형 수술도 곁들인다.
전후 세대가 대부분인 그들은 식민(植民)의 과거사에 특이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군산도 경유형 관광으로 가끔 찾기도 한다는 것이다. 일본인 가옥 10여채가 복원되고 홍보관이 설치된 구룡포 주민들의 증언이 사업의 승패를 예단해 보게 한다.

“가뭄에 콩 나듯 포항시가 초청한 일본인들이 찾아오기는 하지만 지역민들의 장사 매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다. 오히려 버리고 간 쓰레기를 치우는데 짜증만 난다”고 토로한다. 세트장 처럼 조성될 ‘일본인 거리’가 애물단지로 전략할 가능성이 농후한데도 포항시가 계속 밀어 붙이는 이유가 뭔가.
성공이 불확실한 대규모 투자 사업은 방향 전환을 모색해 봄이 합리적이다.

한국과 중국은 30일간 무비자 관광 방문 허용을 합의했다. 중국인들이 한류 스타 관광·쇼핑 관광으로 몰려 올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정부 차원의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새마을 운동이다.
새마을 운동에 가장 큰 관심과 열정을 보이고 있는 곳은 우리나라가 아니라 중국이다. 중국 다음은 아프리카 국가들이다.

중국은 2007년부터 제 11차 5개년 계획을 추진하면서 핵심 사업으로 ‘신 농촌 건설’을 설정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신농촌 건설’의 중요성과 긴박성을 강조하면서 한국의 새마을 운동을 중국이 본받아야 할 운동으로 확정했다.
중국은 중앙 및 지방 농업 공무원 35만명을 연차적으로 한국에 보내 새마을운동 연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같은 중국의 새마을운동 열풍속에 경북도가 있다. 한국의 새마을운동 발상지가 바로 경북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이 무비자 관광 교류시대를 여는 것을 활용해 ‘문성리 기념관 관광사업’을 구상해 봄이 ‘일본인 거리’조성보다 훨씬 진일보한 아이템이 될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전국 지자체가 조성했던 테마랜드가 한결같이 쇄락의 길을 걷고 있다. 구룡포에 과거 200가구가 있었던 ‘일본인 가옥’을 세트장 처럼 복원해 일본인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것은 비용 대비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전망이 보이질 않는다.
330억원이란 거액을 투입하고도 식민지 잔재를 복원했다는 비판도 받을 수 있는 구걸형 관광 사업을 접고 차라리 새마을 운동 발상지 문성리를 자부형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향 전환을 모색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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