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천(南遷)이 가당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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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천(南遷)이 가당한 일인가”
  • 유수원(편집인)
  • 승인 2009.12.1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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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서울시 연두순시에 나선 박정희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파격적 구상을 공개했다. 진주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던 DJ(김대중 전 대통령)는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접하고 펄쩍뛰었다.

곧장 부인(이희호 여사)에게 편지를 썼다. “절대로 수도를 옮기면 안된다.
서울이, 한양이 어떤 곳인데 수도를 충청도로 옮기려 하느냐. 천하에 없어도 수도이전만은 막아야 한다” 그러던 DJ가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후보가 수도이전을 내세워 충청도 표심을 자극할 때 전폭지지했다. 감옥에 있을 때는 나라전체를 생각했고, 대선을 앞두고는 자파(自派)의 정권장악을 최우선시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DJ정부시절 해양수산부장관을 역임했다. 노무현 해양수산부장관시절 수도권 과밀화 해소의 한 방편으로 ‘해양수산부 부산이전’이 강력히 제기되었다.
당시 노무현 장관은 한달간 39차례나 청와대·총리·국회와 회동했음을 상기시키면서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옮긴다면 서울에 따로 사무실을 두고 장관이 주재해야 할 것이다”고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세종시(市)수정론을 적극지지하는 학자들은 “정부의 머리와 몸통을 두 도시로 분리시켜 운영한다는 발상이 도대체 어떤 문명국가에서 가당한 일인가”라고 반문한다. 세종시는 2002년 대선에서 초반열세를 보이던 노무현 후보가 호남과 충청을 연대시켜 영남의 한나라당 지지세를 꺾겠다는 승부수로 삼아 ‘수도의 충청도 이전’ 공약을 내놓으면서 생겨났다.

그의 ‘냉소적 계산’이 적중해 대권을 잡았고 스스로 “재미 좀 보았다”고 인정했다. 그의 공략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으로 판정되었지만, 그는 정부부처를 충청도로 옮기는 편법을 추진했고 마침내 17개 부처 가운데 9개 부처를 옮겨가는 ‘세종시 대못’이 박히게 된 것이다.

한국의 풍수학자들은 세종시 건설을 어떻게 보았을까. 한국사(史)에 있어 천도론(遷都論)은 풍수론에 근거했다. 조선조(朝)의 한양천도는 도선국사의 풍수사상을 반영한 결과물이었다.
서울대 교수직을 박차고 나와 자생(自生)풍수를 연구했던 최창조씨는 2004년 ‘수도이전 9대 불가론’을 제기했다. 최씨는 “행정수도이전은 말장난일뿐, 이는 명백한 천도(遷都)에 해당된다. 수도입지에서 중요한 바다와의 인접성을 도외시하고 내륙으로 가겠다는 이유가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었다.

또 그는 “고구려와 백제가 남천(南遷)을 거듭하다가 망국(亡國)의 한(恨)을 남겼음을 곱씹어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최씨의 ‘천도 불가론’은 세종시를 반대하는 보수파들의 환호를 받았으나 친노파(親盧波)들의 원망의 표적이 됐다.

최씨는 시도때도 걸려오는 좌파들의 욕설전화에 시달리다 못해 집과 휴대폰전화번호를 바꾸고 잠적하기도 했었다.
최씨는 최근 신작 저서출간을 계기로 언론과의 접촉을 재개했다. 최씨는 야당의 극렬한 저항 속에 진행되는 4대강 사업 등 물길을 관리하는 일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강을 내버려두라는 환경론자들을 향해 어머니인 땅을 방치하는 행위라며 비난했다.

낙동강·영산강들을 그대로 두면 고사위기에 처할 수 있음을 경고하기도 했다. 서양 도시들의 흥망성쇠를 추적한 학자는 “군주가 개입한 도시는 경제가 주춤했고, 상인이 득세한 도시는 번연했다”고 설명했다.
균형발전은 사람들의 기회와 소득에 적용되어야 실질적 가치를 지닌다.

지역들 사이의 균형은 소비에트공화국도 이루지 못한 허상이다.
북한이 세계 최빈국으로 전략해 김정일 정권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허덕인다. 통일한국의 미래를 상정해 볼 수 있는 상황속에서 수도를 남쪽으로 이전하겠다는 발상은 가당하지 않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 같다.
유수원(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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