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패했지만 아시아의 자존심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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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패했지만 아시아의 자존심을 지켰다
  • 정리=김기환 기자
  • 승인 2010.06.28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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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남아공 포트 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B조 16강 경기에서 한국이 2-1로 패배하며 8강진출에 실패했다. 사진은 후반 24분 이청용 선수가 동점골을 성공 시키자 이영표 선수와 함께 기뻐하고 있는 모습.
잘 싸웠지만 8강 진출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먼 꿈이었다.
한국은 26일 오후11시(이하 한국시각)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 소재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본선 16강 경기서 이청용(볼튼 원더러스)이 한 골을 터뜨렸지만, 상대 우루과이에 전반과 후반에 각각 한 골씩을 내주며 1-2로 패했다.

◇ 기대 이상의 선전, 안타까운 패배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1차 목표를 이룬 가운데 치른 유쾌한 도전, 그리고 20년 만의 설욕전이었다. 1930년과 1950년 등 월드컵 2차례 우승을 한 나라를 상대로 후반 내내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등 경기 내용은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이날 경기는 허정무호에게 다소 불리하리라던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접전으로 진행됐다. 상대팀 우루과이의 공격력은 예상대로 매서웠지만, 한국은 적극적인 협력 플레이를 앞세워 적절히 방어하며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그러나 전반전 이른 시간에 결정적인 실수 하나로 실점하며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또 역전승의 기대가 피어오르던 후반전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로 무너졌다. 곧이 두고 아쉬운 경기였다.

허감독은 우루과이전에 포백(4-back) 수비에 왼쪽부터 이영표(알 힐랄), 이정수(가시마), 조용형(제주), 차두리(프라이부르크)를 세웠다. 주전 골키퍼는 역시 정성룡(성남)이 맡았다. 아르헨티나전에서 차두리 대신 오범석(울산)이 오른쪽 수비수로 뛴 걸 제외하면 4경기 내내 수비의 변화는 없었다. 그러나 조별리그 3경기에서 지적됐던 수비 조직력은 여전히 미흡했다.

결국 승리의 여신은 일찌감치 우루과이의 손을 들어줬다. 전반8분 우루과이 공격수 디에고 포를란이 한국 위험지역 왼쪽 측면에서 올려준 볼을 반대편에 있던 동료 루이스 수아레스가 받은 뒤 오른발 슈팅으로 골네트를 흔들었다.

수비 라인에 섰던 4명은 균형을 잘 맞추지 못했으며 협력 수비에 다소 문제가 있었다. 측면 수비수는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해 힘을 실어줬으나 수비 복귀가 늦어 오히려 위기를 자초했다.

◇ 어설픈 오프사이드 트랩에 스스로 넘어간 허정무호
허정무호 입장에서 가장 아쉬운 장면은 선제 실점이었다. 다소 이른 시간(전반8분)에 골을 허용했다는 상황적 아쉬움도 있지만, 실책성 플레이로 인해 상대에게 골을 헌납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더욱 컸다.

미드필더도 중원에서 강한 압박으로 상대의 공격을 막는 1차 저지선 역할을 하지 못했다. 또 측면 수비수가 공격에 가담할 때 원활한 커버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우루과이는 이를 놓치지 않고 루이스 수아레스(아약스), 에딘손 카바니(팔레르모), 알바로 페레이라, 호르헤 푸실레(이상 포르투)가 측면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며 공격을 풀어갔다.

포를란이 오른발 크로스를 시도할 당시 한국은 위험지역 정면에 포백 라인이 일렬로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오프사이드 트랩을 시도하기 위해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가 수아레스에게 골키퍼와 맞서는 결정적 찬스를 내줬다. 뒷공간으로 돌아 들어간 수아레스를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탓이다.

오프사이드 트랩은 상대 공격수의 침투 의도를 사전에 봉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지만, 2선에서 파고드는 선수를 제어하지 못할 경우 결정적인 실점 위기를 초래한다는 단점이 있다. '양날의 칼'인 셈이다.
경기 해설을 맡은 차범근 SBS 해설위원은 "경기 초반 수비 조직력이 상당히 흐트러졌다. 수비수들이 공격적으로 올라가고 있는데 볼을 빼앗기면서 위기를 맞았다. 먼저 수비 안정에 치우쳐야 했다"고 지적했다.

많은 양의 비가 내리며 체력 소모가 컸던 가운데 후반 35분 실점 장면도 아쉬웠다. 우루과이의 오른쪽 코너킥 때 뒤로 흐르는 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김정우(광주)는 페널티 에어리어 안 왼쪽에서 집중력 저하로 수아레스를 놓치며 순간적으로 슈팅 공간을 내줬고 두 번째 실점으로 이어졌다. 우루과이 공세를 큰 탈 없이 잘 막아내면서 수차례 상대 골문을 두드리는 과정에서 나온 실점이라 매우 아쉬웠다.

◇ 골대와 오심 모두 우루과이 편이었다.
패배는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한국은 전후반 통틀어 우루과이와 대등한 승부를 펼쳐보였다. 후반 23분 이청용의 헤딩 동점골을 전후해서는 오히려 우루과이를 몰아넣으며 승리의 기운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상황에서 잇단 불운은 바로 골대 불운과 심판의 오심이었다.

한국은 전반 5분 만에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맞았다. 경기 시작 후 처음 얻어 낸 프리킥이 직접 슈팅이 가능한 위치에서 나와 이전 경기 나이지리아전에서 직접 프리킥으로 골 맛을 본 박주영이 키커로 나섰다. 감각이 오를 대로 올라 있던 박주영은 우루과이 수비벽을 넘기는 절묘한 오른발 감아차기로 슈팅을 연결했다.

하지만 너무나 아쉽게 공은 수비벽을 넘어 감겨나갔고 무슬레라 골키퍼가 손 쓸 수 없는 코스로 날아갔다. 하지만 공은 왼쪽 골 포스트 바깥 쪽을 때리고 나오며 무산됐다. 박지성, 이정수 등 공격에 가담한 선수들이 리바운드 될 경우를 대비해 쇄도했지만 공은 골 포스트를 맞은 뒤 그대로 골 라인 아웃 되고 말았다.

이후 한국은 전반 8분 어이없게도 루이스 수아레스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리드를 잡은 우루과이는 수비벽을 탄탄히 했고 특유의 교묘한 파울로 한국의 공격 리듬을 끊었다. 우루과이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은 거친 파울을 반복했지만 슈타크 주심을 비롯한 독일 심판진은 이를 선언해주지 않았다.

또한 후반 18분 나온 장면은 너무나 아쉬웠다. 기성용이 페널티킥 안으로 공을 몰고 침투해 들어가는 과정에서 우루과이 수비수에게 발목을 밟아 넘어졌지만 슈타크 주심은 경기를 그대로 속개했다. 이것이 반칙으로 인정됐을 경우 페널티킥이었지만 한국에게 기회는 오지 않았다.

후반 41분 침투 패스에 이은 이동국의 회심의 슛도 아쉬웠다. 이동국의 슛은 무슬레라의 옆구리를 맞은 뒤 통과했지만 비에 젖은 그라운드 위에서 속도가 붙지 못하자 우루과이 수비수들이 골라인 앞에서 공을 걷어내면서 우르과이에게 한국은 무릎을 꿇었다.
정리=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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