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물시설 '임의증축' 말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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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폐기물시설 '임의증축' 말썽
  • 김정희 기자
  • 승인 2010.08.1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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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원전주민들, 증기발생기 저장고 신축 반발
"터빈 돌리면 방사선량률 높다" 우려

한국수력원자력(주)이 울진원자력본부 부지 내에 핵폐기물 관련 시설을 증축해 인근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어 말썽이 되고 있다.
한수원측은 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 공론화 과정을 무시해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황이주 도의원에 따르면 한수원측은 울진원전1~6호기에서 발생하는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임시 보관하고 있는 드럼저장고 인근인 울진군 북면 덕천리 207-4번지 등 2필지에 중저준위 드럼 저장고와 유사한 크기의 증기 발생기 저장고를 신축하고 있다.

증기발생기(steam generator)란 발전기 터빈을 돌려 증기를 만드는 기기로 핵연료와 인접한 거리에 있는 1차측 계통이어서 방사선량률이 매우 높은 기기다.
증기발생기 1개를 교체하는데 드는 비용은 1000억~2000억 원 정도이므로 1, 2호기의 증기발생기를 모두 바꾸려면 6000억~1조2000억 원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한수원측은 이 사업을 위해 지난 2009년2월 울진군 민원실에 ‘전원설비 시설물 위치변경’을 한다며 설계도면과 신청서를 제출한 뒤 같은 해 11월 착공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 시설물은 국내 최초로 건설되는 것으로 관련 기술이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고 황 의원은 주장했다.

현재 가동 중인 울진 1, 2호기 내에 설치돼 있는 6개의 증기발생기(호기당 3개)가 노후화됨에 따라 한수원측이 교체한 증기발생기를 이 건축물에 보관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의 임시 저장고는 상대적으로 오염도가 적은 울진원전 또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사용한 옷과 장갑 등 중저준위 폐기물을 드럼에 넣어 현재 경주에 짓고 있는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완공 때까지 임시로 보관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신축 중인 건물은 방사능에 오염된 전원 설비를 발전소 내에 보관한다는 측면에서 크게 우려되고 있다.
더욱이 한수원측이 이 설비를 언제까지 보관할 것인지, 어떻게 운영할 것 인지 등에 대한 향후 계획을 제시하지 않아 시설에 대한 ‘준공 시한은 있어도 보관 만료일은 없다’며 주민들이 걱정하고 있다.
1, 2호기 안에 있는 증기발생기를 뜯어 옮겨와 보관하는데 언제까지 보관을 해야 하는 지, 어디로 옮겨갈 것인지에 대한 규정도 계획도 없다.

한수원은 관계자는 “현재는 교체 증기발생기를 부지 내 증축하는 저장고에 옮겨간다는 것 뿐이지 언제, 어떻게, 어디로 옮겨가는지 아니면 그냥 놔 두는지에 대한 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며 “영구시설은 아니다”고 말했다.

울진1, 2호기 보다 앞서 증기발생기를 교체하면서 원전의 수명 연장을 한 부산 고리원전의 경우 교체한 증기발생기를 발전소 내에 보관하는 것으로 드러나 별도 시설물에 보관하는 울진원전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사업 추진과정에서 주민 공론화 과정이 없어 주민 불만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수원측은 현재까지 이 사업 추진과 관련 주민들에게 사업설명회나 공청회 한 번 열지 않았다.
한수원측은 “이 건물 신축은 공청회 대상 자체가 아니다”며 “건물 하나 지을 때마다 일일히 설명회를 개최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한수원측은 지난 2008년12월 지식경제부가 전원개발촉진법과 시행령 규정에 따라 전원개발사업(울진원전) 실시계획 변경에 대해 고시를 한 만큼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울진군민들은 법상 해당 여건이 되지 않더라도 주민과의 협의는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필수적인데도 불구, 공론화 과정은 물론 검증되지 않은 시설물을 왜 울진원전이 최초로 건설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전혀 검증되지 않은 시설이 건축되면서 울진이 지난 2008년 유리화 사업에 이어 또 한번 핵관련 시설의 실험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08년에도 녹인 유리 내에 방사성 물질을 가둬 외부 유출을 차단하는 유리화 사업을 울진원전 5, 6호기에 국내 및 세계최초로 설치해 주민들이 현재까지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주민들은 “이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사업을 울진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험하는 꼴”이라며 “이 시설물을 울진원전 부지 내에 보관할 게 아니라 ‘3000억+알파’를 받고 현재 건설 중인 경주 방폐장으로 옮겨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유리화 사업에 이어 증기발생기 저장고 증축은 울진군민을 무시하는 처사로 김종신 한수원 사장은 사업 폐기와 함께 군민들 앞에 공개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한수원측은 “법적으로나 안전성으로나 전혀 문제가 없어 설비의 신뢰성 및 경제성 제고를 위해 조기 교체를 결정했다”며 “이 건물이 완공되면 2호기 증기발생기부터 2011년 9~11월까지 옮기고 1호기는 2012년 3~5월까지 이송, 보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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