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마수걸이 홈런에 ‘부활해법’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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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마수걸이 홈런에 ‘부활해법’담겼다
  • 김기환 기자
  • 승인 2011.04.16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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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다리 타법 포기…백스윙 간결한 구사에 중점 둬야
▲ 이승엽의 홈런이 나오기까지의 스윙 메커니즘을 주목해야한다.

이승엽(35·오릭스 버팔로스)의 첫 안타이자 마수걸이 홈런포인 교세라돔 관중석 3층에 떨어지는 초대형 홈런(비거리 135m)의 여운이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 이승엽은 오사카 교세라돔서 열린 소프트뱅크와의 홈경기에서 2-0으로 오릭스가 앞서나가던 8회말 1사 1,2루 찬스에서 요시카와 데루아키의 몸쪽 낮은 직구(시속 144km)를 통타, 우중간 펜스를 훌쩍 넘기는 초대형 홈런을 쏘아 올렸다. 14일 첫 타석에서도 우중간 펜스 상단을 직접 강타하는 큰 타구를 다시 날리며 올 시즌 거포 본능의 부활을 예고했다.

일단 이승엽의 이 엄청난 비거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데일리안’의 보도에 따르면 올 시즌 일본프로야구는 작년보다 반발계수가 낮은 공인구를 채택, 예년보다 비거리가 짧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이구동성이었다. 

비익구(非翼球:날지 않는 공) 혹은 ‘저반발구’로 불리는 미즈노사의 공인구는 메이저리그 공인구 롤링스의 규격과 반발계수에 한층 다가섰다. 반발계수 하한치인 0.4134에 접근하도록 코르크를 감싸는 고무의 반발력을 줄였기에 이승엽의 대형 홈런은 일단 의미가 있다.

그런데 가장 주목해서 볼 부분은 이승엽의 그 홈런이 나오기까지 스윙 메커니즘이다. 사실 이승엽만큼 타격폼을 많이 바꾼 타자도 드물다.

경북고를 졸업하고 삼성 라이온즈 입단 당시였던 1995년과 50홈런시대를 열어젖혔던 1999년이 다르고, 56홈런으로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달성하던 2003년의 타격폼이 달랐다. 그리고 현해탄을 건너 일본으로 간 첫 해 지바 롯데 마린스의 타격폼과 요미우리 시절의 그것이 전부 달랐다.

그만큼 자기 발전과 수정,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변화에 변화를 거듭한 타격폼이 이승엽의 현재 그것이다. 국내 프로야구 시절 이승엽은 외다리 타법(一本足 打法)의 활용 여부를 놓고 많은 갈등을 반복해왔다.

버리고 취하고를 반복하다 결국 2003년 56홈런 당시에는 외다리 타법을 버리고 대기록을 달성했다. 오른쪽 어깨가 포수 쪽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나오는 모습도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상당폭 줄어들었다. 예각으로 들어 올리던 외다리 타법과 우측 어깨의 회전력 활용은 교타자였던 이승엽이 홈런킹으로 변신하기 위해 장착했던 대표적인 옵션들이다.

한국을 건너 일본으로 진출하고 성공과 좌절을 거듭,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이승엽표 옵션이 하나 둘 사라지고 가장 간결한 스윙을 찾은 모습들이 이번 초대형 홈런에서 많이 포착됐다.

우선, 이승엽의 가장 큰 취약점이던 몸쪽 패스트볼에 대한 공략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 그것.

이승엽은 테이크 백 동작에서 간결치 못한 편이다. 군더더기로 인해 스윙 스피드가 볼 스피드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일본의 현미경야구에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노출된 적이 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백스윙을 보다 간결하게 구사하는 데 중점을 뒀다.

요시카와의 144km짜리 몸쪽 낮은 직구는 실투가 아니라 제구가 잘된 공이다. 이를 홈런으로 연결시킨 이승엽의 테이크백 동작 역시 간결하고 완벽했다.

두 번째, 요미우리 시절과 달라진 점은 타격 준비 자세에서의 배트의 각도다. 요미우리 시절 배트를 거의 수직에 가깝게 세우고 타격을 시작했는데, 오릭스에선 배트의 각도가 머리 뒤로 다소 기울었다. 배트를 눕히면 몸쪽 공에 대한 반응속도가 단축되고 배트를 세우면 외각 슬라이더 공략에 다소 유리한 면이 있다.

이승엽은 요미우리 시절 바깥쪽으로 형성되는 공을 밀어치거나 잡아당김으로 홈런을 양산한 반면, 오릭스에선 배트를 눕히면서 몸쪽공에 대한 적응력이 향상에 보다 중점을 둔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큰 스윙을 할 때 나오던 나쁜 습관이 그 타격에선 안보였다. 엉덩이는 1루 쪽으로 빠지고 상체중심이 홈플레이트 쪽으로 치우치던 타격이 없이 일직선으로 상하체가 바로 선 타이밍에서 타격이 이뤄졌다는 점. 가볍고 경쾌한 상하체의 직선화가 이뤄졌다.

무엇보다 이제는 외다리 타법을 완전히 포기했다. 그 이유는 일단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비거리를 늘이기 위한 옵션 장착의 필요성은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홈런 타격 시 보듯, 우측 다리를 살짝 들어 올리면서 스트라이드를 시도, 타격의 정확도 향상에 치중했다.

사실 홈런 하나만 놓고 이승엽의 올 시즌 부활을 예견하긴 무리가 없지 않다. 다만, 그 홈런을 생산해내는 미세한 스윙 메커니즘의 조합들이 거의 완벽에 가까운 밸런스를 보여줬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하지만, 그 하나의 홈런을 만들기 전 삼진과 내야 땅볼에서 나온 타이밍 포착 실패는 여전히 경계해야할 대목임에 틀림없다.

이승엽은 소위 예측타격을 하는 전형적인 ‘게스 히터(Guess Hitter)’다. 서른 중반, 적지 않은 나이에도 변신을 시도하는 이승엽. 그가 마지막으로 찾는 스윙 메커니즘은 게스 히터에서 벗어나는 해법일지도 모를 일이다. 마수걸이 홈런에는 그 해법이 보였다.

이승엽의 올 시즌 부활은 어떤 구질, 코스에서도 홈런 당시의 타격 메커니즘을 적용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리=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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