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에 하나가 ‘못말리는 YS’에 관한 것. 박의원이 인사차 상도동을 방문했을 때 YS가 “DJ가 왜 너만 좋아하느냐”고 묻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주 중요한 사실을 알려 주겠다. 김대중이 빨갱이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일화를 소개하는 속셈은 “거짓말은 YS가 더 많이 한다”는 우회적 반격인 것으로 비쳐졌다.
최근 DJ가 대북문제를 언급하며 자신의 ‘햇볕정책’의 유용성을 강조할 때 마다 YS는 가차없이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YS의 비평속에는 일종의 ‘도덕적 우월성’이 내재된 듯하다. YS가 왜 ‘DJ 깔아뭉개기’에 열중할까.
1997년 대선을 한달 정도 앞둔 10월 7일 신한국당 강삼재 사무총장이 “DJ가 비자금 670억원을 조성하여 그 중 62억원을 불법실명 전환했다”고 폭로하고 계좌번호까지 공개하면서 검찰의 수사를 촉구했다.
DJ측은 “만약 검찰이 수사를 강행하면 대선은 없어지고 민란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며 YS와 김태정 검찰총장을 압박했다.
YS는 회고록에서 “DJ의 부정축재를 수사하면 전라도에서 민란이 일어날 것을 염려하여 검찰총장에게 수사중단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DJ는 97년 대권을 잡기까지 정치적 위기가 닥칠 때 마다 ‘지역 맹주’의 위세를 한껏 활용해 위기국면을 타개했다.
최근 보수언론이 ‘박근혜와 경상도 DJ’라는 칼럼을 게재했다.
“열정적 지지자들은 박근혜에 대해 추호의 비판도 용납하려고 하지 않는다. 박근혜는 현 정치판에서 유일하게 20% 안팎의 고정표를 가졌다.
“‘경상도의 DJ’라는 말도 나온다며 박근혜의 침묵과 은둔을 비판했다” 또 전여옥도 포용하고 이재오와 화해하는 통큰 행보를 보여 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박근혜 진영이 ‘DJ식 지역할거주의’비유에 발끈했다. 손과 발이 퉁퉁부어 가며 한나라당을 살리려고 전국을 헤메었고, 얼굴에 칼을 맞고도 한 후보라도 더 당선시키기 위해 지방선거현장을 누빈 사람이 누구였는가를 되물었다.
‘거액의 비자금’이미지가 혹처럼 붙은 DJ‘에 비유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는 것이다. 비주류가 주류를 제치면서 나선다는 것은 현실에서 통할 수 없는 가설(假說).‘살아있는 권력’이 포용하지 않는 한 ‘수동적 협조’가 대안일 뿐이다. 소통도 물처럼 위에서 아래로 흘러야 진정한 것이다.
유수원(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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