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의 가슴에 다시 ‘새벽종’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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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의 가슴에 다시 ‘새벽종’이 울린다”
  • 유수원<편집인>
  • 승인 2013.01.26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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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식자층(識字層)이 고전독서를 생각할 때 떠올리는 단어는 좌수사기·우수삼국(左手史記·右手三國:왼손에는 사기를·오른손에는 삼국지를)이다. 어느 분야에서든 리더로 입신(立身)하려면 처세와 전략을 다루는 삼국지와 ‘삶의 통찰과 지혜’를 일깨우는 사기(史記)를 정독하라는 가르침이다.

2010년 벽두부터 중화권 영화계에 ‘관운장(關雲長)’ 열풍이 불었다. 2009년 ‘공자’ 열풍의 바통을 이어 4편의 영화가 제작돼 인기몰이에 나섰다. 중화권 영화계가 경쟁적으로 ‘관운장’ 제작에 나선 것은 중국에서 무신(武神)으로 추앙받고 있는데다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권에도 널리 알려져 시장공략이 수월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던 것.

중국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무장은 관운장과 남송(南宋)의 악비. 특히 관운장의 일생을 상징하는 단어는 대인대의(大仁大義).

조조의 군영에 포로로 있을 때 원소의 장군인 안량과 문추를 베어 은혜를 갚은 후 두 형수(유비의 아내)를 호위하면서 오관참장(五關斬將)의 혈투를 치르면서 유비에게 달려갔다.

적벽대전에서 패배한 조조를 화용도에서 만나 ‘참수’ 군령을 어기면서 살려주었다. 조조가 과거에 베풀어 준 은혜를 목숨까지 내걸면서 갚는다.

21세기 중국인민들이 200년대의 무장 관운장을 추앙하는 이유는 배은망덕(背恩忘德)을 경계하고 의(義)로운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2004년 중국에서 전기장판공장을 운영하던 50대 한국사업주가 젊은 중국 바이어에게 귀싸대기를 얻어맞은 사연이 메이저언론 게시판에 소개되어 관심을 모았다.

한국 사업주가 중국 바이어를 초대, 점심식사를 곁들인 술자리를 마련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박정희 대통령의 독재정치를 비방했다. 잠자코 경청하던 중국 바이어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한국 사업주의 귀싸대기를 갈겼다.

55세 중년의 한국 사업주는 정신을 가다듬고 젊은 중국 바이어에게 따졌다. 노기가 등등한 중국 바이어는 고성을 질렀다. “너희들을 5천년간 이어온 가난과 굶주림의 질곡에서 구해낸 은인을 너희들 손으로 죽인 배은망덕한 민족 아닌가. 은혜도 모르는 인간이 무엇이 잘났다고 큰 소리를 치느냐”고 호통을 쳤다.

철저한 반공주의자 박 대통령을 사회주의 국가의 바이어가 흠모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 까닭을 추적했다.

1978년 ‘까만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잘 잡는 고양이가 최고’라는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을 전개하면서 중국의 개혁·개방을 총지휘했던 등소평은 한국의 박정희를 교사로 삼았다. ‘잘 살아보세’·‘조국 근대화’·‘새마을 운동’ 펼친 박정희 정신을 본받자며 야단법석에 가까운 정신교육을 실시했다. 등소평은 1989년 은퇴하기까지 ‘박정희 대통령은 나의 멘토’라고 강조해 중국인민들에게 ‘실용주의 우상’으로 자리잡게 이끌었다.

박 대통령을 ‘한국의 영웅’으로 흠모하던 중국 바이어는 ‘독재자’로 비난하는 한국 사업주를 ‘배은망덕’의 전형으로 단정하고 응징의 귀싸대기를 갈긴 것이다. 1976년 모택동의 사망으로 문화대혁명 ‘10년 대란(大亂)’이 막이 내린 뒤 중국인민들은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을 충격 속에 접했다. 냉전 흐름 속에서 ‘악마의 상징’으로 치부했던 박정희가 ‘한국 산업화의 영웅’으로 흠모의 대상이 된 것이다.

중국은 한국을 발전모델로 삼았다. 정부주도 외자유치, 무역입국 경험을 타산지석을 삼은데 이어 박 대통령이 주창한 새마을 운동을 벤치마킹해 신농촌운동을 벌였다.

일본을 제치고 G2로 도약한 작금의 중국이 더 이상 한국으로부터 배울 것은 없을까.

중국 최대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더욱더 한국을 배워야 한다’며 한국의 니어재단과 ‘전환기 위기관리 전문과정’ 개설계약을 체결하고 중국고위 공무원 200명 위탁교육을 실시했다.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당선’이 확정된 직후 홍콩의 시사평론가 두쥔리(杜君立)는 ‘한국의 현대사가 최고의 한류(韓流)이다’는 글을 ‘봉황망’ 홈페이지에 올렸다. “최고의 한류는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K-POP도, 대장금도 아니다. 한국의 민주화는 중국이 경외하는 업적이다”·“동아시아 유교문화의 영향이 강한 한국에서 여성대통령 선출은 인종차별이 여전한 미국에서의 오바마 흑인 대통령 당선보다 더 역사적 사변이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중국 언론은 박근혜 당선인에 대한 찬양일색의 정보를 쏟아내고 있다.

중국인들이 박 당선인을 좋게 보는 이유의 첫 번째는 박정희 전대통령의 딸이라는 점이다. 실질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은 한국의 박정희, 싱가포르의 이광요, 중국의 등소평을 같은 범주의 지도자로 평가한다.

또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박 당선인의 인생역정에 깊은 감명을 받는다. 박 당선인의 남북한 신뢰프로세스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개혁·개방을 완성한 중국은 불균형성장의 후유증 해소란 난제에 직면했다. 양극화 해소에 적극대처하는 박 당선인의 리더십에서 또 한수를 배우려고 적극 관망하고 있다.

중국이 기대하는 또 하나의 한류는 ‘양극화 해소’일 것이다. 중국 인민들의 가슴 속에 다시 한번 ‘새벽종’이 울려질 것으로 기대된다.

독재국가가 세계 7대 수출국이 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독재 대(對) 반독재’·‘독재자의 딸’이란 시대착오적 프레임은 폐기해야 한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튜브 접속 12억건을 상회했다는 것은 ‘위풍당당 한류(韓流)’를 세계에 과시한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리더십을 흠모하는 중국 지도부와, 그의 딸이 이끄는 한국정부가 ‘정치적 한류’를 도출해 낼 가능성이 커져 그 귀추가 주목된다.

유수원<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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