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대 ‘두당(頭當)치기’ 비리, 경북교육청은 감독책임 느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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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대 ‘두당(頭當)치기’ 비리, 경북교육청은 감독책임 느끼는가…”
  • 김종서 취재국장
  • 승인 2013.02.02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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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서 취재국장
포항의 학원가(學園街)가 초대형 비리로 뒤숭숭하다.

세계적 명문대학으로 발돋움해 포항의 자부심으로 자리 잡은 포스텍의 나노센터 3억대 뇌물비리가 사정당국의 수사선상에 올라 전직 간부와 전 부총장이 사법처리 대상이 됐다.

종합대학 포스텍 비리 충격에 설상가상으로 사립전문대학인 포항대가 고교 3학년 부장교사들에게 학생 1인당 20만원 사례비를 주고 수험생을 유치한 것이 드러났다.

대구지검 포항지청은 포항대 하 모(70) 총장을 뇌물공여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입학처 교수와 직원 6명을 불구속기소했다.

또 검찰은 고3 수험생들에게 포항대에 지원하도록 권유하고 그 대가로 포항대로부터 돈을 받은 포항·경주의 고교 교사 48명을 적발하고, 이들 교사 중 1천만원 이상을 받은 7명은 뇌물수수혐의로 불구속기소, 1천만원 미만을 받은 41명은 경북도 교육청에 징계를 통고했다.

경북교육청에 따르면 적발된 교사들은 포항 17곳, 경주 4곳 등 모두 21개 고교의 전현직 3학년 학년부장들이었으며 적게는 180만원에서 최고 4천780만원까지 받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포항대 하 총장 등은 2008년 2월부터 2010년 2월까지 학생충원을 대가로 고3학년 부장교사들에 2억2천여만원을 뿌린 것으로 조사됐다.

포항대로부터 돈을 받은 고3학년 부장교사들은 돈을 담임들에게 분배하거나 유흥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포항지청 박병모 형사부 부장검사는 “포항대학 비리에 학생입학처와 학사운영처 등 전체부서가 조직적으로 가담했다”라며 “특히 포항대학과 포항·경주지역 교사들이 공모해 고3 수험생들을 거래대상으로 삼은 죄질이 나쁜 사례”라고 말했다.

포항·경주지역 고3학년 부장교사들이 포항대에서 돈을 받고 학생들 장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진로지도를 해왔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가장 심한 경우 포항의 고3학년 부장교사 한사람이 2008년 2월부터 2년동안 수험생 239명을 포항대에 보내고 속칭 ‘20만원 두당(頭當)치기’로 4천780만 사례비를 받았다는 사실은 ‘파렴치의 극치’였다.

포항대는 2007년 4월부터 교수와 교직원들을 포항과 경주·울산 등 고교에 홍보팀을 내보냈다.

주로 3학년 부장교사를 만나 대학을 소개하고 학생을 보내달라고 부탁하면서 사례비를 주겠다는 약속도 빼놓지 않았다.

포항의 다른 대학관계자는 “주로 성적이 나쁜 전문계 고교를 노려 ‘두당(頭當)치기’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부 교사는 ‘뭘 해줄거냐’며 되레 거래를 먼저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포항대는 해마다 지원자가 감소하자 속칭 ‘두당(頭當)치기’로 지원자를 끌어들여 2009년 2천581명, 2010년 3천377명, 2011년 3천846명으로 지원자 수가 크게 늘었다.

가장 도덕적이어야 할 교수와 교사들 사이에 ‘암흑가 거래’를 방불케 하는 부정적 거래가 이어져 왔다는 것이야말로 ‘우리나라 교육이 망가졌다’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각종 대학이 급증하면서 학생모집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대학들이 ‘졸업장 장사’를 하기 위해 각종 수법을 총동원했다.

부실대학의 학생모집 부담은 대부분 교수들에게 떨어져 ‘1인당 학생 ○○명 모집’ 배당을 떠안긴 것으로 밝혀졌다.

2010년 국정감사에서 부실 대학들의 고교 교사 로비 백태가 드러났다.

대학들이 고교 진학 부장들을 중국으로 ‘해외워크숍’을 보내고, 입시설명회를 유명리조트에서 열면서 교사 가족까지 초청해 ‘접대성 입학 설명회’를 열었다.

전국 최초로 ‘졸업장 장사’ 내막이 밝혀진 포항대의 비리가 충격을 더해주는 것은 국고 보조금 부당 수령과 거액 교비횡령이다.

포항대는 ‘두당치기’로 학생을 사오는 사실을 은폐하는데 그치지 않고 재학생 충원률·취업률 등의 몇가지 지표를 가공해 ‘교육우수대학’으로 선정됐다.

포항대는 ‘전문대 교육 역량 강화 사업비(국고 보조금)’ 5억6천만원이나 받아 챙겼다.

이렇게 편취한 국고 보조금 5억6천만원으로 교수와 교직원 해외여행, 목적이 불분명한 수당 지급 등 나눠먹기 돈잔치를 벌였다.

혈세 편취에다 교비 8억9천만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대학거래 업체에 물품대금을 허위·과다 지급한 후 현금을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학교설립자 가족 생활비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부실대학인 포항대가 ‘교육 우수 대학’에 선정돼 혈세보조금으로 연명하면서 거액의 교비까지 횡령하는 등 ‘학원비리 백화점’이 된 것은 그냥 묵과할 수는 없다.

가장 도덕적이어야 할 교육현장에서 고3 수험생 진로지도를 담당하는 교사가 부실한 대학의 뇌물을 받아 ‘두당(頭當)치기’로 거액을 챙기면서 제자들을 장래까지 망칠 수 있는 부정적 환경으로 몰아넣은 것은 죄질이 아주 나쁜 경우에 속한다.

2010년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되었던 ‘두당치기’가 포항·경주에서 수년간 이어져온 사실을 경북도교육청이 몰랐을까.

경북교육청은 땅부자 대아그룹의 99억원 세금빼먹기 ‘방조’ 논란의 중심에 있다.

전국의 학부모들을 경악케 한 포항·경주지역 고3 진로 지도교사들의 비리가 수년간 자행된 사실을 묵인한 것은 중대한 직무유기이다.

포항·경주 21개 고교에서 벌어진 ‘두당치기’ 비리를 방치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고3 수험생들이 부패한 ‘진로지도교사’들 비리의 표적이 되어온 사실을 방관한 경북교육청은 재발방지대책을 강구해 학부모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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