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감사합니다(Gracias a la v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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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감사합니다(Gracias a la vida)’
  • 유수원<편집인>
  • 승인 2013.02.16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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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2일 남미국가 칠레에서 KBS의 음악프로그램 ‘뮤직뱅크(Music Bank)’가 열였다. 슈퍼주니어, 다비치 등 6개 아이돌 그룹이 참가해 남미 K-POP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특히 여성 듀엣 다비치가 칠레의 민중가요 ‘삶에 감사합니다(Gracias a la vida)’를 불러 갈채를 받았다.

<삶에 감사합니다/ 이토록 많은 것을 주셔서/ 두 눈을 떴을 때/ 흑과 백을 구별할 수 있는/ 두 샛별을 내게 주었습니다/ 그리고 높은 하늘엔/ 빛나는 별들을/ 많은 사람들 중엔/ 내 사랑하는 이를 주었습니다/ 삶에 감사합니다/ 이토록 많은 것을 주셔서/ 삶은 나에게/ 생각하고 주장할 수 있는/ 언어와 소리와 글을/ 선사해 주었고/ 어머니와 친구, 형제/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이의 영혼을 밝혀주는/ 빛도 주었습니다…>.

‘삶에 감사합니다’는 서정시 같은 노랫말로 삶의 은총을 기리는 내용을 이어간다. 1966년 여자 민중가수 비올레타 파라(Violeta Parra)가 산티아고 천막촌에서 처음 불렀고, 미국의 포크송 가수이자 저항운동가 존 바에즈(Joan Baez)가 부르면서 라틴아메리카 대중음악의 명곡으로 자리잡았다. 비올레타 파라는 이 아름다운 노래를 발표한 몇 달 후 1967년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녀의 공연장이자 거처이기도 했던 산티아고 외곽의 한 천막에서 분신과도 같은 기타에 엎어져 쓸쓸하게 죽어갔다.

비올레타 파라의 비극적인 삶을 조명한 평자(評者)들은 자신이 상실한 모든 것을 ‘삶에 감사합니다’에 담았다고 풀이했다. 꺾일지언정 굽히지 않았던 그녀의 일대기를 담은 전기영화 ‘천국에 간 비올레타’가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월드시네마’ 부문 초청작으로 상영되었다.

생활고(苦)에 시달리던 민중가수 비올레타 파라가 삶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고 부른 ‘삶에 감사합니다’는 감사하고 싶은 삶의 단면들을 아름다운 선율로 담아내어 그녀의 비장한 삶을 돌아보게 한다.

누구라도 달가워 하지 않을 부정적 상황을 뒤집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세상을 혁신한 자수성가형 기업가들은 수없이 많다.

일본의 파나소닉(내쇼날 전기회사)의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는 ‘못배우고, 병약하고,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것이 나의 가장 큰 행복이다’며 ‘세가지 행복론’을 설파했다.

첫째 못배웠기 때문에 만나는 사람마다 배울 수 있었다. 둘째 병약했기 때문에 평생 건강을 챙기며 절제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셋째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남이 아픈 것과 필요로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회사 직원들과 소통을 잘했고 상품을 개발할 때도 도움을 받았다는 ‘긍정적 마인드 경영론’을 펼쳤다. 부정적 상황과 불경기 등 ‘삶의 겨울’을 긍정적 마인드로 잘 견뎌내어 ‘삶의 봄’을 맞이했다.

‘항상 기뻐하라’·‘범사에 감사하라’는 성경의 가르침은 긍정적 마인드의 고전(古典)으로 전승되고 있다.

사도 바울은 ‘범사(凡事)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로니가 전서 5장18절)’고 했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기독교인이라면 귀가 닳도록 듣는 성구중 하나다. ‘범사’란 모든 일을 뜻한다. 좋은 때나 나쁠 때나, 즐거울 때나 슬플 때나 그 모든 순간이 범사이다. 성공했을 때는 감사할 수 있겠지만 실패했을 때 어떻게 감사할 수 있는가.

기독교는 “하나님은 좋으신 하나님이시기에 우리에게 절대로 나쁜 것을 주시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이다”고 설명한다. 형통할 때 뿐만 아니라 역경 중에도 감사를 드린다는 것은 ‘역경은 하나님 은혜의 이면(裏面)이다’는 주장이다.

역경을 극복한 경영인들은 ‘긍정적 마인드는 돌파구를 찾는 혜안을 준다’고 강조한다.

포항시와 포스코가 ‘감사나눔운동’ 재미에 푹 빠진 것으로 보인다.

포항시와 포항제철소가 지난해 5월 ‘감사나눔포항추진본부’를 결성해 학교, 철강공단, 군부대 등 각 분야에 알맞은 방법으로 ‘감사나눔활동’을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

미국심리학자들은 ‘범사에 감사하라’는 성경대목을 일반인들도 많이 음송하는 까닭을 연구했다.

이들의 연구결론은 ‘감사하면 뇌 좌측의 전전두피질을 활성화해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주고 행복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마이클 맥클로우 교수(마이애미대학 심리학)는 “잠깐 멈춰서서 우리에게 주어진 감사함을 생각해보는 순간 마치 승리에 도취된 감정을 느낄 때와 유사한 감정의 선순환을 만든다”며 “감사일기나 공책은 중요한 치유의 도구가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감사의 효과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은 “진정으로 감사하면 육체적, 심리적 치료효과가 분명히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석가모니는 재산이 없어도 남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 7가지 지혜, 무재칠시(無財七施)를 가르쳤다. 그 중 언시(言施)는 공손하고 아름다운 말로 남을 대하라는 내용이다. 감사의 말, 칭찬의 말, 위로의 말, 격려의 말, 양보의 말, 부드러운 말은 ‘욱하는 사회’를 순화시키는 청량제가 될 것이다.

아파트 층간 소음으로 살인이 빚어지는 ‘살벌한 사회’가 전율스럽다.

‘감사나눔’은 언시(言施)를 행하라는 부처의 가르침이고, ‘범사에 감사하라’는 사도 바울의 가르침이다.

‘감사’를 나누면서 스트레스를 풀어가는 삶을 살자.

유수원<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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