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미골 주민들 4시간 불덩이 속에서 바가지 소방호스로 진화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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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미골 주민들 4시간 불덩이 속에서 바가지 소방호스로 진화작업
  • 김종서 취재국장
  • 승인 2013.03.1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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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서 취재국장
지난 9일 포항시 북구 용흥동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풍을 타고 계속 번져 도심을 불바다로 만들었다.

아파트와 주택에 불길이 옮아 붙어 58가구가 불타고 임야 5ha가 피해를 입었다. 1명이 죽고 14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재민은 47가구 118명.

20년 전인 1993년 4월에 발생한 산불의 공포가 재현되었다.
도심까지 불바다로 만든 이번 산불에 시민들은 경악했다.

행정안전부는 포항시에 15억원 특별 교부금을 배정해 피해복구를 지원했다. 전국 각지에서 성금과 위문품이 답지하고 있다.

15일 현재 포항시에 전달된 성금은 7억7천만원, 위문품은 4천500만원 상당이다.

산불이 강풍을 타면서 거대한 불덩이로 커져 주택가로 다가오는 긴박한 상황속에서도 진화작업에 나섰던 시민의식이 재조명을 받았다.

28채 가옥이 소실된 우미골 주민들은 4시간 동안 소방호스를 들고 진화작업에 나서 더 큰 피해를 막았다.

산불 발화 지점인 탑산 건너편 용흥동 우방타운 입주민들의 ‘내집과 이웃을 스스로 지킨다’는 성숙한 시민의식은 주목을 받았다.

우방타운 입구 113동 정원의 수목에 산불이 옮겨 붙어 대피 방송이 계속 되었으나 주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물 호스와 바가지 등을 들고 나와 진화작업에 나섰다.

우방타운으로 옮겨 붙은 산불은 113동 조경시설 일부만 태우고 진화됐다.

연신 고막을 울리는 대피방송도 개의치 않고 산불진화에 나선 주민들은 ‘용감한 시민’의 표상이었다.

포항시가 산불진화에 과감히 나섰던 시민들에 ‘용감한 시민상’을 수여하겠다는 발표는 성숙한 시민의식에 대한 적절한 대접이다.

포항시는 ‘산불과의 악연’을 이어오고 있다.

1993년 4월 당시 영일군이었던 흥해읍 학전리 야산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산불이 발생해 포항시 도심으로 번졌다.

임야 수십ha가 소실되고 가옥 26채, 축사 16채 등 건물 42채가 전소되고 돼지 등 가축 1천여마리가 불에 타거나 폐사했다.

영일군에 발생한 산불은 강풍을 타고 포항시 경계를 넘어 북구 우창동 아치골까지 번져 주택 10여 가구와 축사 9채를 잿더미로 변하게 했다.

주민 5천여명이 긴급대피하고 도시가스공급도 중단되기도 했다.

공무원, 군인, 경찰 등 8천여명이 넘는 인력이 진화작업에 나서 27시간 만에 불길을 잡았다.

그때로부터 20년만인 지난 9일 또다시 같은 지역에서 그때와 비슷한 산불이 났다.

용흥동 주민들은 “20년 전 동네까지 번진 산불의 무서운 기억이 생생한데 또 다시 같은 일이 되풀이 되니 너무 불안하다”며 포항시가 산불확산 방지대책 강구에 더욱 노력해주기를 요망했다.

지난 9일 산불은 임야 5ha를 태우면서 최대 풍속이 15m에 달하는 강풍을 타고 아파트와 주택으로 옮아 붙어 자욱한 연기로 도심 주택가 교통이 마비되는 아수라장을 연출했다.

특히 아쉬운 것은 도심 공원과 산책로 등 시민휴식공간이 불탄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9일 포항의 최대 풍속은 15m.

산림청 헬기는 초속 10m 이상의 바람이 불면 추락사고 위험이 있어 뜨지 않는다고 한다.

숲이 우거져 산불이 발화하면 여간해서 진화하기가 어렵다.

산불예방활동의 중요성이 더욱 더 강조된다.

산림청이 발표한 최근 10년간(2002~2011년) 산불통계를 보면 봄철(59%)에 집중돼 있다.

그밖에 여름 15%, 가을 10%, 겨울 28%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특히 3~4월 강수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산불이 발생하면 대형재난이 되는 것의 생생한 증거가 ‘포항의 두차례 대형산불’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산불을 예측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산불위험예보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이 산불위험예보시스템은 전국민을 상대로 만들어졌지만 실제 사용자는 공무원과 관련기관 등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포항시는 산불빈발시기인 3~4월에 전광판을 통해 ‘산불위험지수’를 알려 시민들의 주의와 예방노력을 요청해야 한다.

산불예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친 일이 아니다. 1993년 대형산불에서 잿더미가 된 산림을 20년이란 오랜 시간을 통해 겨우 복구했는데 또다시 태워버렸다.

산불피해는 산림훼손으로 그치지 않는다. 여름과 가을철에 국지성 폭우가 쏟아지면 산사태나 홍수의 피해가 더욱 커진다.

불에 타버려 죽은 나무의 뿌리가 힘이 없어 큰 비가 내리면 흙과 함께 무너져 내리기 때문이다.

포항의 산불피해지역에 방화림(防火林) 조성이 더욱 더 절실해졌다.

소나무보다 산불에 대한 저항성이 강한 수종을 심어야 한다.

임업전문가들에 따르면 경주 불국사는 대잎나무 등 수종을 다양화 하는 방법으로 내화체계를 갖췄다고 한다.

포항의 산불피해지역 조림에 수분함유율이 높아 산불의 진행을 더디게 하는 수종과 토질의 적합성을 가려보는 전문적 작업이 요청되고 있다.

“산불로 탄 숲이 제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는 50년 이상의 긴 세월이 필요하다”는 것은 임업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주장이다.

이번 포항의 산불은 중학생 3명의 부주의에 의해 발생됐다.

포항교육청도 산하 각급교육기관에 산불예방교육 실시를 요청해야 한다.

소중한 생명과 삶의 터전, 재산과 문화재 등도 송두리째 빼앗아 갈 수 있다는 산불의 뼈아픈 교훈을 학생들에게 주지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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