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면동 복지담당공무원들 사기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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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면동 복지담당공무원들 사기 살려야 한다”
  • 김종서 취재국장
  • 승인 2013.04.0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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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서 취재국장
지난 1월 박승호 포항시장은 경기 불황과 한파가 겹쳐 힘든 겨울을 보내던 소외계층을 찾아가 어려운 생활을 챙기는 민생돌보기 행보를 이어갔다.

박 시장은 일요일인 1월 20일 복지담당공무원 1명만 데리고 남구 상도동 철길 아래 조손(祖孫) 가정을 찾았다.

62세 할머니와 초등학생 손녀 2명이 함께 사는 10평 남짓한 슬레이트 블록집을 둘러보고 전기 요금 때문에 전기장판도 제대로 켜지 못하고 냉골 생활을 하는 ‘가난’을 안타까워했다.

행방불명의 아들이 있어 기초수급 지원을 받지 못하는 처지를 확인하고 자활일자리 알선을 수행 공무원에게 지시했다.

포항시는 작년 4월 전국 기초지자체 최초로 읍면동 복지협의회를 구성해 복지사각(死角)지대 해소에 열의를 가진 읍면동장·시의원·통장·이장 등 214명을 위원으로 위촉했다.

복지협의회는 가족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노인·아동·한부모가정·단전단수가구 등 복지소외계층을 발굴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복지협의회에서 소외 계층을 발견하면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이 즉시 현장에 찾아가 상담을 한 후 희망복지지원단이 우선 돌봄을 실시했다.

포항시의 지역사회복지협의회가 탄탄한 네트워크와 민·관의 신뢰기반을 구축해 운영 활성화 방안을 실행에 옮기자 경북지역 시군구의 포항 견학이 잇따랐다.

울산광역시 북구와 예천군의 지역사회 협의체 관계자들이 포항을 방문해 협의회 운영 전반을 견학하기도 했다.

포항의 위기 가정 보호 체계를 마련하는 등 돌봄과 나눔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주역들은 읍면동 복지담당공무원들이다.

그들의 피와 땀이 복지사각(死角)지대를 없애 포항의 복지네트워크가 전국적 관심을 모으게 했다.

그들은 보람과 자부심으로 행복해 할까.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 동안 복지담당공무원 3명이 잇따라 자살한 비보가 국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지난 1월 용인시, 2월 성남시에 이어 3월 19일 울산시 복지담당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오는 5월 결혼을 앞둔 성남시 여성공무원은 예비신랑에게 “먼저 가서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고 전해진다.

지난달 19일 울산시 9급 복지직 공무원 안 모 씨는 “업무 스트레스로 너무 힘들다”는 유서를 남겼다.

안 씨는 지난 2월 보육비 지원신고 900건, 저소득층 학자금 신청 300여건을 처리하느라 밤 12시에 퇴근하는 날이 많았다고 한다.

안 씨가 근무했던 주민센터에는 8천857세대에 2만6천여명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고, 이 중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는 1천6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명의 사회복지담당공무원이 기초생활수급자 1천600여명을 포함해 노인, 장애인, 아동 등의 주민복지업무를 맡아왔다.

안 씨는 유서에 “하루하루 숨이 턱에 차도록 버거운 일상이다”고 기록했다.

특히 주민센터 사회복지담당공무원들은 늘어난 업무로 매일매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올 들어 전면 무상보육 등 복지정책이 쏟아지면서 영유아보육비신청, 저소득층 학자금신청 등 업무가 폭주했기 때문이다.

국민의 행복을 증진하기 위한 복지행정이 막상 그 일에 종사하는 복지담당공무원들의 극심한 고통 위에서 추진되고 있었던 셈이다.

읍면동 사회복지공무원들이 빠짐없이 업무 과중을 호소하는 분야가 ‘전산망입력’이다.

2010년 1월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이 개통됐다. 읍면동의 사회복지공무원들의 업무를 경감시키고 소외 계층을 찾아내는 현장 중심의 복지를 구현하자는 취지에서 민원 내용을 전산망에 입력하게 한 것이다.

특히 전산입력시스템의 속도가 느려 평균 1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양이 5건에 불과해 처리기한에 맞추려면 늦게 퇴근할 수밖에 없는 열악한 여건에서 허덕이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민원인을 상대하면서 각종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사회복지담당공무원들이 대부분 여성이기 때문에 악성민원인들에게 협박의 표적이 되는 경우가 많아 주민센터 동료들의 가슴앓이 대상이 된다.

각종 복지 수당이 늘어나고 액수도 커지면서 민원인들이 민감해져 항의 강도가 높아져 가고 있다.

수급 탈락자에 대한 통지도 복지담당공무원이 전담하면서 수급 기준에 불만을 가진 탈락자들의 폭언과 협박의 표적이 됐다.

과중한 업무량과 복지행정업무 특유의 스트레스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복지담당공무원들이 잇따르자 정부와 지자체에 비상이 걸렸다.

행정안전부는 복지담당공무원 1800명을 충원해 전국 읍면동에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경북도는 읍면동 복지공무원들에게 산불 비상근무를 제외시키고 승진·해외 연수 등에서 최대한 배려하겠다고 밝혔다.

복지예산 100조 시대, 박근혜 대통령은 맞춤형 복지를 통해 국민행복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공약했다.

국민행복의 사각지대인 복지담당공무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더는 외면할 수 없게 됐다.

민원인들은 복지담당공무원들이 법규의 범위 내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음을 이해하고 인간적으로 응대해야 한다.

포항시는 복지담당 공무원들이 전산망 입력 작업에 힘겨워하는 현실을 직시해 민간의 협력을 유도하는 등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복지 공무원들이 정신적 부담을 치유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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