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기업’ 대아그룹은 자성을 거부하면 더 큰 위기를 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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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기업’ 대아그룹은 자성을 거부하면 더 큰 위기를 부를 것이다
  • 김종서 취재국장
  • 승인 2013.04.2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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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서 취재국장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은 지난 22일 “대아그룹 부회장 황인철 씨와 대아·대원상호저축은행 대표 이 모 씨 등 3명을 업무상 배임·조세포탈혐의로 구속기소하고, 대아·대원저축은행 이사 등 임원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대아·대원저축은행 법인 2곳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금감원이 대아·대원상호저축은행 등의 전·현직 임직원 불법대출 혐의에 대해 검찰에 고발함에 따라 착수된 검찰 수사의 향방에 대해 포항시민들의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었다.

관심의 표적은 황인철 대아그룹부회장의 구속 여부.

불법대출을 했다 해도 상환할 능력이 되고, 현 정부 실세 국회의원이 나서 로비하고, 또 자금력이 상상을 초월하는 대아그룹이 구속 사태를 피해 나갈 것이라는 여론이 많았다. 또 일부에서는 대타자로 내세운 인물이 구속되고, 이 사건은 결국 흐지부지 마무리될 공산이 높다는 추측성 소문도 나돌았다.

하지만 돈 있으면 죄가 없고, 돈 없으면 죄가 있다는 뜻의 ‘유전무죄·무전유죄(有錢無罪·無錢有罪)’론이 조성되면서 검찰 수사를 압박하는 좋지 않은 여론으로 번지기도 했다.

엇갈리는 여론이 분분한 가운데 포항지청은 거침없이 단호했다.

황 부회장을 비롯한 3명 모두에게 사전 구속 영장 청구라는 초강수 수사 결과를 발표함에 따라 로비가 통하지 않는 강직한 검찰상을 과시했다. 많은 지역민들은 검찰의 단호하고 엄정한 수사 결과에 큰 박수를 보내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많은 시민들은 대아그룹이 처한 오늘의 사태는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 모습 또는 바른 이치로 돌아간다’는 사필귀정(事必歸正)에 해당한다는 질타성 여론이 많음을 깨달아야 한다.

대아그룹 황 부회장을 구속 기소한 포항지청의 수사 발표는 충격이었다. ‘비리종합세트’임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아·대원저축은행 대표와 임원 등은 대아 계열사 직원들의 명의를 차용해 신용도 조사도 없이 대출을 받거나, 대아 계열사 직원 또는 지인들의 직장·보수 등을 허위로 기재해 대출을 받는 등 약 88억원을 불법대출 받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중 77억원을 대주주인 황 부회장에게 제공하고 나머지 11억원은 채무변제 등 개인용도로 사용한 사실도 밝혀지는 등 비리투성이었다.

저축은행 ‘바지사장’ 이 모 씨 경우 사실상 경영을 좌지우지했던 대주주 황 대아부회장의 지시를 받아 차명 계좌를 만들어 88억원대의 불법대출을 일으킨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함께 구속됐다.

77억원을 제공 받은 황 대아그룹 부회장은 ‘향락산업’ 나이트클럽 개업 및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고, 나이트클럽의 현금 수익 대부분을 세무 신고에서 누락시켜 약 40억원 가량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도 드러났다.

비리의 하이라이트는 황 부회장이 불법대출 자금으로 나이트클럽을 개업해 거액의 세금을 포탈하고, 떼돈으로 카지노에서 탕진하는 등 ‘졸부들의 카지노 몰락극(劇)’을 재연한 것이다.

검찰 조사 결과 황 부회장은 나이트클럽 수입·세금포탈 등으로 마련한 거금으로 2008년 3월 15일부터, 2011년 11월 12일까지 약 3년 8개월동안 정선의 ‘강원랜드’ 카지노에 342회나 출입하며 거액을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이트클럽 개업·세금포탈로 거액을 벌어 카지노에서 탕진한 대아그룹 부회장의 ‘쇠고랑 사건’은 ‘포항사회의 수치’로 조명되고 있다.

대단위 구획정리를 맡아 성공해 토지 재벌이 된 대아그룹은 포항을 대표하는 향토기업으로 불린다.

신문사 운영·학교법인을 설립하고 장학 재단까지 만들어 재벌 수준 하드웨어를 갖추었으나 그것을 운영하는 소프트웨어는 도덕성이 깡통 수준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거액 탈세·탈루의 꼬리표를 달고 다닌 꼴이 됐다.

감사원 감사에 의해 적발된 장흥중학교 부지 매각 99억원대의 부당 이득 행위나 토지를 선점해 개발 이익을 독점하는 특수에 만족하지 못하고 탈세·탈루 등 세금 빼돌리기가 연달아 적발되어 물의를 빚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제품·서비스만 파는 기업은 이미지를 파는 기업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설득력을 더해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기술 발달로 제품에서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아 평판관리 능력이 지속 가능한 기업 성장을 이끄는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는 뜻이다.

평판(評判)의 사전적 의미는 ‘세상 사람들의 비평’이다.

기업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비평’이 매출과 성장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좋은 평판을 얻으려면 ▲윤리경영 ▲사회공헌 측면에서 호감을 사야한다. 특히 기업의 비윤리적인 행동과 임직원들의 부정·불법 행위는 사회적 신뢰를 잃고 소비자들을 돌아서게 하는 악수(惡手)이다.

대아·대원저축은행 대주주 황인철 대아그룹 부회장이 부실 대출금 중 63억원 상당을 변제해 피해액의 상당부분을 복구했다고 하지만, 선량한 저축은행 고객들에게 피해를 줄 위기를 초래한 만큼 구속은 불가피한 것이 됐다.

부산·솔로몬·미래저축은행의 대주주들의 부정 대출로 서민고객들의 절규·항의 소동이 빚어지는 참상을 목격하고도 거액의 예탁금을 빼내 나이트클럽을 개업해 돈 세탁을 거쳐 카지노에서 탕진했다는 행위는 ‘도덕적 몰락’을 자초한 것이다.

포항제철·포항공대가 자리 잡아 ‘제철보국’의 보람이 영글어 가는 포항의 대표적 향토기업이라 불리는 대아그룹은 이제 탈세·탈루·부당이득 등 ‘부조리 관행’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평판이다.

대아그룹은 황대봉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 황 부회장 구속 사태에 이어 둘째 아들 황 모 씨도 사법처리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돈이면 다 해결 된다는 생각은 구태에 지나지 않는 착각임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알아주지 않는 졸부 건성의 자존심은 다 버려야 한다는 진심 어린 조언도 있다.

아무튼 대아그룹은 포항지역 사회에서 최악으로 추락한 평판을 겸허히 수용해 거듭나기 위한 새로운 각오와 베품의 자성(自省)을 가지지 않으면 더 큰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여론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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