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와 싸우는 제1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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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와 싸우는 제1야당
  • 유수원<편집인>
  • 승인 2013.06.1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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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100일(6월4일)을 기념해 발간한 당보(黨報)에서 “민주당은 계속 ‘일베’와 싸우십시오! 새누리당은 일자리를 위해 싸우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민주당이 ‘5·18광주민주화운동’ 왜곡논란을 문제삼아 ‘일베’ 운영금지 가처분신청을 준비하는 등 ‘일베 이슈화’ 시도를 겨냥한 것이다.

‘일베’는 지난 19대 총선 이전 보수성향의 인터넷 유머사이트 하나로 네티즌들 사이에서만 이름이 오르내리던 ‘별볼일 없는 공간’이었다.

한국제일야당과 ‘일베’의 악연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19대 총선막판 서울 노원갑(甲)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나꼼수’ 멤버 김용민의 성희롱 발언이 터졌다.

일베 회원들이 김용민의 과거행적을 파헤쳐 막말시리즈를 발굴했다. 일베는 찬스를 살려 민주당의 총선패배를 유도했다.

1차전이 일베의 승리로 막을 내린 이후 곧바로 2차전이 시작됐다.

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첫 TV광고 ‘출정식’을 내놨다. 광고내에서 문 후보가 앉아있는 의자가 ‘900만원 이상 호가하는 명품의자’라는 주장을 일베에서 제기했다. 일베는 문 후보의 안경, 패딩점퍼를 두고 고가논란을 연이어 제기했다. ‘서민 대통령 후보’를 내세웠던 민주당이 시작부터 흙탕물을 뒤집어 썼다.

대선 이후 평행선 대치를 유지하던 양측이 5·18민주화운동을 두고 격돌했다. 민주당은 “5·18민주화 운동의 북한군 개입설을 퍼나르고 전라도를 비하했다”며 일베의 폐쇄를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공개지지했던 서울대 교수 조국은 “역사적 사실을 조작하면서 사회분열을 조장하는 일베에 광고하고 있는 기업과 병원들에 대한 불매운동을 제안한다”며 ‘일베압살’을 주창했다. 조국의 선동 한마디에 일베의 모든 광고가 끊겼다. 일베 회원들은 “시련은 일베를 더 강하게 만든다”며 일베 운영비마련을 위한 모금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 아고라’·‘오유(오늘의 유머)’ 등을 점거한 좌파들의 전유물이었던 온라인에 ‘일베’의 영토는 몇평이나 될까. 지난 10년간 인터넷 온라인은 막말로 주목받았던 나꼼수, 패륜 낙인 받은 낸시랭, 트윗대통령 이외수, 관심병 중증(重症)의 진중권 놀이터였다. 보수성향의 게시물로 다음 아고라, 오유에서 추방당한 20~30대 남성 이용자들이 따로 만든 유머 커뮤니티가 일베(일간 베스트 저장소)이다.

일베에는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바로 ‘일베로’와 ‘민주화’ 사용이다. 게시물을 추천할 경우 ‘일베로’를, ‘비추천’할 경우 ‘민주화’를 사용한다. 일베 회원들은 ‘민주화’란 단어를 부정적 뉘앙스를 연상케하는 ‘당한 것’으로 표현한다.

일베 회원들은 “민주화를 열망한다는 명목으로 종북활동, 이적(利敵) 행위를 일삼는 ‘민주팔이’ 좌파세력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고 토로하며 “일베를 없애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대한민국내 종북세력의 척결이다”고 주장한다.

‘민주’라는 단어를 ‘폭력시위의 면죄부’처럼 내세우는 좌파운동권 세력에 대한 통열한 풍자가 등장했다.

일베 회원들은 국제해킹단체 ‘어나니머스’가 공개한 북한 통일전선 선전부(통전부) 사이트 ‘우리민족끼리’ 회원 명단 9001건을 신상털이하면서 ‘죄수번호’를 메겨 국정원에 신고했다.

좌파정권 10년동안 허물어졌던 대공전선에 10~30대 지원세력이 등장한 것이다.

일베는 출범 2년만에 하루 평균게시물 조회수 129만회에 달하는 사이트로 성장했다. 피크(Peak) 때 동시접속자가 3만명쯤 되는 ‘붐비는 게시판’이 된 것이다.

소수의 일베 회원이 5·18광주사태 때 숨진 ‘열사’를 ‘홍어쓰레기’로, 그 ‘열사의 관’을 ‘택배상자’로 묘사하는 글을 올렸다.

한두명의 ‘궤도이탈’에 ‘민주화의 성지’ 광주가 발끈했다. 광주의 변호사들은 일베 등에 악성 게시물을 올린 누리꾼 6명, 종편 출연자 5명을 광주지검에 고소했다. 변호사들은 고소장에서 홀로코스트(유태인 학살)를 부정하는 언행을 범죄로 규정하는 독일형법을 설명하면서 혐오·증오 범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일베 회원들은 “특정인을 지목한 것도 아니고 모든 것을 희화화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를 처벌한다면 민주주의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다”며 반발했다.

지난 2월 법원은 ‘이명박 개××, 노정연을 그냥 놓아두라’는 타이틀로 대통령 욕설 칼럼을 쓴 서프라이즈 대표 신상철에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현직 대통령에 대해 경멸적 언어를 반복적으로 표현한 데 대해 도덕적·사회적 비난을 받을 수 있지만 국가의 형벌로 의율하는 것에 신중해야 하며, 최고 권력자에 자유로운 비판이 허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 아고라·오유에 넘쳐나던 “쥐박이 척살”도 표현의 자유로 용인해 왔고 ‘홍어택배’에 대항성격의 ‘대구 통구이(지하철 참사)’ 표현도 넘쳐났었다.

광주사태를 ‘민주화 운동’으로 성역화하려는 호남 운동권의 시도에 갖가지 저항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화 운동’은 YS정권의 ‘정치적 평가’이고 팩트 검정은 계속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화 운동’의 전제는 비폭력성이다. 비폭력적 모델과 거리가 먼 폭동은 그 동기화 배후가 탐색당하는 것은 타고난 업보이다.

5·18민주화운동 유공자들이 받는 특별한 혜택에 경악하고 형평성 논란을 제기하는 것은 ‘상식의 수준’이다.

시대의 아픔을 통합·화합의 매개체로 승화시키는 겸손이 절실하다. 대선때마다 특정후보에 대해 90% 이상의 지지를 보내는 ‘지역 전체주의(全體主義)’가 갈등의 씨앗이다.

‘광주민주화운동’은 성역화하며 북한과 함께 기념식을 거행하는 연공성(聯共性)을 과시했던 과거사는 두고두고 논란을 야기할 것이다.

빈틈없는 논리와 팩트를 제시하는 일베충(蟲)과 ‘팩트 뒤집기의 달인’ 민주당의 대결에서 누가 이길까. 좌파들의 이중성에 대한 검증이 치열해지고 있다.

승부는 판가름 난 것으로 보인다.

유수원<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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