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장 백지화’는 주민소통외면·불통행정 청산 교훈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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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장 백지화’는 주민소통외면·불통행정 청산 교훈삼아야
  • 최종태 편집부국장
  • 승인 2013.07.0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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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승마장 건립 백지화로 갈등의 불씨는 껐지만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 낭비에 따른 책임소재를 두고 후폭풍이 거세다.

50여억원이 들어간 승마장 건립을 공정율 90%선에서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당장 승마장 건립에 들어간 국비만 7억5천만원, 도비 2억2천500만원 등 모두 10여억원에 달한다.

사업 철회로 이 예산은 반납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시비 수십억원도 다 날리게 생겼다.

문제의 발단은 포항시가 승마장을 건립하면서 인근 양덕동 주민들의 찬반 의견을 너무 형식적으로 묻고 사업을 강행 추진한 것이 화근이 됐다.

특히 시가 주민 몰래 일부 찬성 주민들을 불러모아 승마장 유치 설명회를 개최한 것은 주민을 속인 꼼수 행정이다.

그러나 승마장 건립을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이 시가 사업 추진을 위해 형식적인 설명회를 개최한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분노하며 크게 화를 냈다.

이들은 집단 반대 운동에 나섰고, 학생들까지 등교를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게 됐다.

포항시는 결국 공정 90%선에 도달한 승마장 사업을 중단에 이어 철회까지 하게 되는 사태를 맞게 됐다.

이는 주민 의견을 무시한 포항시의 안일한 행정 처리에다 포항시의회의 집행부 견제 기능 상실이 맞물려 부른 예산낭비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특히 승마장 조성을 반대하는 촛불 시위가 확산되고 초등학생들까지 등교를 거부하는 바람에 결석처리 등 주민 피해 또한 적지 않다.

이 가운데 주민의 대의기관인 시의회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수수방관하는 무기력함을 보였다. 이번 승마장 문제로 인해 시의회의 예산 심의 기능이 얼마나 허술하고 즉흥적인가가 그대로 드러나 실망감을 주고 있다.

주민 반대가 뻔한데도 50여억원이라는 거액의 예산을 별 생각없이 승인해 준 시의회의 책임에 대해 그대로 넘어 가서는 안된다.

특히 집단 민원이 발생해 주민이 고통받는데도 시의회가 해결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함으로써, 결국 집행부의 들러리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포항경실련은 승마장 백지화에 대한 논평을 내고 “민의는 뒷전으로 하고 오히려 행정의 앞잡이 역할까지 한 포항시의회의 존재 가치와 무능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며 "민의를 돌아보고 수렴하는 포항시의회로 거듭 날 것”을 촉구했다.

지난 3일 박승호 시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주민들의 뜻을 조건 없이 받아들여 주민 동의 없는 승마장 건설은 없다”며 “그동안 학생들이 수업을 받지 못한데 대해 시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 놓는다”며 사실상 승마장 건립 철회의사를 밝혔다.

시장의 한마디로 50여억원이 들어간 승마장 건립 사업이 전면 백지화됐다.

결국 주민과 소통없는 시 주도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은 집단 민원에 봉착해 중단하게 된다는 값비싼 교훈을 얻게 된 셈이다.

이번 승마장 건립 사업은 처음부터 시가 주민 의견을 무시한 일방통행 사업이기 때문이다.

대단지 주거 밀집 지역에 허술한 주민동의로 승마장 부지를 선정한 것은 집단 민원을 자초한 꼴이다.

동해면과 상도동에서 이미 주민 반대로 포기했던 승마장 건립 사업을 양덕동으로 끌고 들어와 밀어붙인 포항시의 아마추어식 시정 운영은 이번이 끝이라야 한다.

포항경실련은 “이번 일을 교훈 삼아, 앞으로 포항시는 일방적인 의사 결정이 아니라 시민과의 합의를 바탕으로 진정 포항시민을 위한 행정을 펼칠 것”을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승마장 사업의 경우 지역 공모를 통해 부지를 선정했으면 말썽없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입지적 여건이 문제였지만 승마장 유치를 희망하는 지역에 조성토록 해야 옳았다.

실제로 자동차로 포항시내에서 20여분 거리에 위치한 기계면 봉계리 주민들은 승마장 유치를 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튼 이제는 누구의 잘잘못을 탓하고만 앉아 있을 때가 아니다.

공정율 90%에 예산 50여억원이 투입된 양덕 승마장을 많은 주민들이 즐겁게 이용 할 수 있는 체육시설로 용도 변경해, 예산 낭비 부작용을 최소화 시켜 나가야 하는 지혜를 모을 때다.

최종태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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