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총장 김무환)은 화학과 김기문 교수(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장)·기초과학연구원(IBS) 박경민 박사(연구위원, 그룹리더) 공동연구팀이 쿠커비투릴의 분자 끈끈이 원리를 이용해 항바이러스나 항암 치료제 등으로 사용되는 재조합 단백질 의약품을 고효율, 고순도로 정제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쿠커비투릴(cucurbituril, CB)은 속이 빈 호박 모양을 한 나노사이즈의 주인 분자로서 주인-손님 상호작용이라 불리는 비공유 결합을 통해 다양한 초분자 복합체를 형성한다. 이때 결합하는 손님 분자의 종류에 따라 주인-손님 상호작용의 세기가 달라져 다양한 응용을 가능케 한다.
유전자 재조합 기술은 생물 공학적 기법을 이용해 어느 생물체의 유전자를 다른 생물체에 집어넣은 후 활동하게 함으로써 형질을 전환하는 조작 기술이다.
이를 이용하면 단백질의 전체 또는 일부만을 발현시켜 병원성 미생물 전체를 사멸시키거나 독성을 약하게 하는 데에 쓰는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
이 같이 만들어진 호르몬과 항체, 백신 따위를 미생물 또는 동물 세포에서 대량 생산하기 위해서는 단백질을 정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단백질 의약품 정제 기술은 정제하고자 하는 단백질을 인지하는 생물질을 이용하고 있어 재료가 비싸고 그 보관이나 재사용성이 좋지 않을 뿐 아니라, 단백질 의약품의 특성에 따라 정제 적합성과 효율에 차이를 보이는 경제적, 기술적 어려움이 있어 왔다.
연구팀은 이번에 인공분자를 이용한 분자 끈끈이 원리를 적용해 세포에서 발현된 다양한 종류의 단백질 의약품을 정제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는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발견한 쿠커비투릴의 원리가 적용됐다.
기술 개발의 핵심 요소인 분자 끈끈이 원리는 쿠커비투릴과 아다만탄(adamantane·의자형 구조의 시클로헥산 고리 4개가 입체적으로 축합된 구조를 가진 탄화수소로 CB와 강력한 주인-손님 상호작용을 하는 손님 분자이다)이라는 인공합성 분자쌍 사이의 강력하고 선택적인 분자인지 특성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이 같은 새로운 정제 기술을 이용해 단일클론 항체, 허셉틴(유방암 치료제)은 물론이고 분자량이 작은 항바이러스제, 인터페론 알파(백혈병 치료제)까지 고효율, 고순도로 정제하는 데 성공했다. 작고 안정적인 인공분자를 적용해 정제 재료의 제조 용이성과 멸균성, 재사용성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정제된 단백질 의약품의 순도와 생산성도 높일 수 있었다.
유전공학적 조절과 효소 처리를 통해 필요한 단백질에 아다만탄을 도입하면 단백질 의약품의 크기나 종류에 상관없이 정제할 수도 있다.
이 기술은 바이러스 감염이나 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항체나 융합 단백질을 포함한 대부분의 재조합 단백질 의약품 정제에 적용할 수 있고 안정성과 재사용성도 뛰어나다. 백신용 단백질과 같은 단백질 의약품에도 사용할 수 있어 백신이나 치료제 생산의 속도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 성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